올림픽과 국민건강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시민일보
| 2008-08-27 18:34:47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 세계 7위. 이번 북경올림픽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박태환처험 귀에 익숙한 선수들뿐 아니라 최민호, 황경선, 장미란, 진종오, 임수정, 이용대 등과 같은 올림픽 스타들과 야구의 김경문, 핸드볼의 임영철 감독 같은 스포츠지도자들도 널리 알게 됐다. 올림픽 기간 내내 승리에 온 국민이 환호하고 좌절에 탄식을 쏟아내며 7천만 겨레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참가선수들이 각자 나라를 대표하여 경쟁하고 승리했을 때 국가를 연주하여 축하하는 올림픽 제전은 그 성격상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고, 국민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 나라가 올리픽 정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통성이 취약했던 전두환 군사정권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올림픽을 개최하게 되면서 고취된 국민적 자부심을 활용해 노태우 정권으로 연장시킬 수 있었다. 그 바람에 전 세계에 비로소 대한민국의 존재를 뚜렷이 각인시켰다.
그러면 이번 올림픽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는 주최국인 중국의 부상과 미국, 영국, 일본 등 기존 선진국들의 부진이라는 흐름이 뚜렷하다. 아직도 우리 국민을 비롯해 세계인들은 중국 파워의 실체를 실감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북경올림픽은 중국의 의도대로 세계최대 국가의 힘을 분명히 드러냈다. 중국과 가까운 이웃들이 긴장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둘째는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 경기의 결과가 말해주듯 선수 위주의 스포츠가 발전하는 경향이 개선되기보다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누구도 올림픽 정신을 말하지 않는다. 국민건강이 어찌되던 어릴 때부터 스포츠인재를 선발해 국력을 기울여 올림픽 경기에 출전시켜 금메달을 따면 그게 최고의 가치가 된다. 북경올림픽의 세계적 스타탄생인 자메이카의 볼트를 비롯한 육상선수들이 그 증거다. 그러나 이들의 눈부신 성과를 외면할 수도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엘리트스포츠의 문제점은 그 부작용이 너무 크다.
셋째, 북경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들의 선전과 기대 이상의 분투,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하는 모습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은 좋은 지도자만 있다면 얼마든지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국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스포츠의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면서 국민건강의 발전에 기여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실천가능한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구체화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학교체육이 일부 선수들을 위한 체육으로 변질된 지 오래고, 운동장 없는 학교까지 등장한 현실은 소아비만과 당뇨, 전반적인 청소년 체력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동네공원과 학교운동장에서 청소년들이 뛰고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체계적인 건강지표를 만들고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켜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각 자치단체마다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건강과 체력지표들을 관리한다면 한국의 스포츠는 국민건강의 증진에 핵심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건강과 체력지표의 목표와 구체적 방안을 현실화할 때 국민들은 스포츠의 구경꾼을 넘어서 스스로 주체로서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이 열릴 때만 금메달 몇 개 땄는지에 관심을 갖다가 바로 잊고 4년 뒤에 되풀이하는 우리의 잘못된 전통(?)을 이제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제 무슨 낙(樂)으로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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