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팬들 ‘8년 恨’ 풀었다

롯데, 포스트 시즌 진출 확정

시민일보

| 2008-09-17 15:58:24

롯데가 ‘가을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는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9-6으로 승리를 거두고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날 승리로 65승째(48패)를 기록하게 된 롯데는 5경기가 남은 5위 한화(60승 61패)가 전승해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롯데는 2000년 매직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이후 8년 동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부산의 야구 열기 하나만큼은 1등이었지만 ‘가을 야구’는 롯데와 거리가 멀었다.

2000년 이후는 롯데의 암흑기나 다름없다.

133경기를 치르던 2001년 롯데는 59승 70패 4무 승률 0.457의 성적으로 꼴찌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롯데는 2000년부터 리그에 참여한 SK보다도 못한 성적을 냈다.

2002년에는 더 심했다.

롯데는 2002년 35승 97패 1무 승률 0.265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또 다시 꼴찌에 머물렀다.

2003년 39승 91패 3무로 3할 승률에 턱걸이하며 8위에 랭크됐던 롯데는 2004년 50승 72패 11무 승률 0.410으로 조금 나아진 성적표를 받았지만 여전히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는 2005년 58승 67패 1무로 5위에 머물러 ‘가을 야구’ 무대에 참가하는데 실패했고, 2006년에는 50승 73패 3무로 7위,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지난 해에도 55승 68패 3무 승률 0.447 7위의 성적표를 받아든 롯데는 올 시즌을 시작하며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했다.

8년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지라 팬들의 ‘가을 야구’ 염원은 하늘을 찔렀고, 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직구장을 만원으로 만들었다.

로이스터 감독이 가져온 변화와 팬들의 응원은 롯데가 8년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영광을 누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SK 김성근 감독은 16일 경기 전 “로이스터 감독이 잘 해서 롯데가 승승장구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이 가지고 온 변화의 바람이 선수들에게 되려 안정을 찾아줬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휴식기도 롯데의 ‘가을 야구’ 무대 진출에 도움을 줬다.

올림픽 이전 체력 고갈로 인해 4위까지 떨어졌던 롯데는 휴식을 취한 뒤 맞은 후반기 19경기에서 17승 2패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며 질주,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롯데의 든든한 선발진에 데이비드 코르테스가 가세한 것도 힘이 됐다.

에이스 손민한과 장원준, 송증준, 이용훈으로 이뤄진 선발진은 시즌 초부터 활약했고 후반기 조용훈이 선발진에 가세하면서 마운드를 튼튼히 했다.

마무리를 위해 영입한 코르테스도 기대에 부응하면서 롯데는 뒷문이 약하다는 단점까지 보완했다.

4강을 확정짓기는 했지만 아직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두고 벌일 두산과의 혈전이 남아 있다. 롯데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롯데 돌풍 이끈 두명의 외국인

로이스터, 자율야구 펼쳐 팀 전력 극대화
가르시아, 찬스때 마다 해결사 본능 뽐내

롯데는 금세기 들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팬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가을 야구’를 사직구장에서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 시즌 55승68패, 채 5할이 되지 않는 승률로 7위에 그쳤던 롯데가 한 시즌도 안돼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56)과 외야수 카림 가르시아(33·사진)가 있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27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며 팬들의 숙원이었던 ‘가을야구’에 대한 강한 의지를 선보였다.

지휘봉을 잡은 로이스터 감독은 팬들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팀을 재정비했고, 불과 한 시즌 만에 롯데는 포스트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로이스터 감독의 용병술과 지도 스타일은 그 동안 프로야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고, 팬들은 물론 다른 구단에서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입에 오르는 등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훈련의 양을 줄이는 대신 질을 높였고, 훈련의 양 역시 선수들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팀을 이끈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도 선수들의 기를 돋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러한 감독의 솔선수범에 선수들은 똘똘 뭉쳐 시즌 초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지휘 아래 롯데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선수들 중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외국인선수 카림 가르시아다.

가르시아는 16일까지 112경기에 출전해 118안타, 106타점, 홈런 29개를 쳐내며 팀의 중심타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타점 부문에서는 97타점에 그친 2위 김동주(두산)를 제치고 여유있게 선두를 기록 중이며, 홈런 부문에서는 30개를 기록하고 있는 선두 김태균(한화)에게 1개 뒤진 29개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가르시아가 홈런 부문에서도 선두로 시즌을 마친다면 페넌트레이스 MVP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해 올 시즌 올스타전에서는 외국인선수로서 최다득표(67만8557표)로 인기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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