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실정 비판’ 놓고 親朴-親李 견해차 뚜렷
親朴 “원론이자 당연한 말 했다” 親李 “누구나 견해 다를수 있어”
시민일보
| 2008-11-19 19:01:5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7일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비판한 것과 관련, 친박-친이간 견해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친박 측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박 전 대표가 비판한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친이 측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내 자신을 분류하면 어김없이 친박(친박근혜)”이라고 밝힌 홍사덕 의원은 지난 18일 MBN 과의 인터뷰에서 “원론일 뿐 아니라 당연한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인사문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 “실제로 어려운 국면에선 그 전에 누구를 도왔든 간에 정말로 일을 해낼 능력 있는 사람을 대담하게 발탁해야 한다”고 동의를 표시했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것과 관련, “대북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했던 것은 정치와 관계없는 부분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북한에 굶어죽는 사람이 나와 미국이 밀과 옥수수 50만톤을 보내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5만톤을 줄테니 어떻게 할거냐’라고 해선 안 된다. 동포가 죽는데 그건 사람 할 짓이 아니다”면서 “누구 입에 들어갈지 모르는 쌀을 보내려고 애쓸 게 아니라 서민들 입에 들어갈 수 있는 옥수수를 보내야 한다. 같은 민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 가면서 그 다음 수순을 보는 게 옳다”고 거들고 나섰다.
19일에는 허태열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표는 기존의 조용한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허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한 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도 보도를 해버리니 여러 가지 파장이 있지 않느냐.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워낙 높다 보니 당과 청와대의 목소리가 매몰될 가능성이 많고 다른 뉘앙스가 나오면 대립 양상으로 비춰질 것인 만큼 집권한지 1년도 안 됐는데 공간을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박 전 대표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에서 제일 위상이 높은 정치인 자리에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말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인간의 인지상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이어 그는 “초선 의원들은 국회 데뷔한지 1년이 채 안 되니까 박 전 대표와 인간관계를 맺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고. 앞으로 4년 동안 교감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대권 구도는 2~3년 지나야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며 “그때 가서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될지 모르지만 지금 (친박계로 넘어가는 현상인) ‘월박(越朴)’이라고 얘기할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홍사덕 의원 역시 당내 계파갈등에 대해선 “지금도 친이·친박 하는 것에 대해선 참 부끄럽다. 이런 경제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친이(친이명박)·친박’이라고 얘기하는 게 부끄러운 것인데 이게 있을 법한 일이냐”면서 “국민들 보기에 당이 답답하게 운영되고 있는 원인은 다른 데 있을 것”이라고 친이계 중심의 주류측을 겨냥했다.
한편 친이 좌장격인 이상득 의원은 같은 날 “누구나 견해는 다를 수 있다”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최근 대북관계 단절과 관련해 현 정부가 대북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한 것에 대해 “그런 말들은 항상 있어 왔다”며 “김대중 정부 때도 1년 넘게 (대북관계가) 단절됐고, 노태우 정부 때도 8개월 정도 단절이 있었다. (대북관계 단절은) 정권 조정기에 늘 있어 왔던 일로, 이명박 정부만 그런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