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한미FTA 비준동의안 단독 상정… 野 “원천 무효” 강력 반발

시민일보

| 2008-12-18 20:08:20

민주당 “야당-국민 무시하고 가겠다는 오만한 형태”
선진당 “위원회 개회 시간 이전 상정 정당화 못 돼”
민노당 “여론 무시한 의회주의 폭거… 책임 물을것”
원희룡 “與, 힘으로 밀어붙이면 모두 실패”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는 18일 오후 박진 외통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 1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단독상정, 법안심사소위로 넘김에 따라 파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민주당은 오후 2시가 임박해지자 401호 출입문을 망치를 동원, 문을 제거하는데 성공했으나 회의장에 대기하고 있던 국회 경위와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3~4층 높이의 의자와 테이블로 쌓아놓은 바리게이트를 걷어내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단독 상정에 대해 “원천무효”라고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끼리 모여 일방적으로 상정한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은 원천무효”라며 “예산안 날치기에 힘입어 이제는 드러내놓고 야당과 국민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오만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그런 식이라면 한나라당 의총에서 뭐든지 다 결정하라”며 “민의를 무시하고 국회를 무시하면서 잘되는 정권은 없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외통위의 FTA 상정은 절차상 무효”라며 “선진당의 외통위원인 이회창 총재와 박선영 의원이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 앞에 오후 2시 정각에 도착했으나, 굳게 닫힌 문 때문에 입장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위원회 개회 시간 이전에 상정을 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선진당 위원들은 오늘 회의에 참석하여 반대의사를 분명히 남기고자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마저 막아버렸다”고 맹비난했다.

민노당은 성명서를 통해 “국민여론을 완전히 무시한 의회주의 폭거로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외통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등 한미 FTA 비준안이 지나가는 길목길목마다 온몸을 던져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이어 “한나라당과 국회 경위들이 야당 의원들의 외통위 출입 자체를 막은 것은 국회법상 질서유지권 발동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원희룡 의원은 같은 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 대치가 격화되고 있는데 대해 “여당이 야당을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모두 실패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법안을 강행처리할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국회가 극단적 대결로 가게 되면 다른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그는 “다른 경제관련 법안들에 비해 FTA비준안은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본다”며 “FTA법안을 강행 통과 시키면 아직 법안 상정도 못한 다른 상임위도 모두 강행처리할 수 있겠는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