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박근혜, 與에 직격탄
“MB 법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고통 안겨준다”
시민일보
| 2009-01-05 17:55:17
“국민통합 위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아가야”
이상돈 교수 “朴전대표 발언은 양비론 아닌 자비의 일격”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5일 최근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파행사태와 관련, 한나라당에 대해서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회의에 참석해 ‘오랜 침묵’을 깨고, 작심한 듯 한나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박 전 대표는 먼저 “요즘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제가 느낀 바를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겠다”며 “지금 야당이 그 동안 한나라당의 협상제의라든가 이런 것을 거부하고 대화도 계속 거부해 가면서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잘못하고 있는 일”이라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사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더욱 호된 비판을 가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내가 당 대표하던 시절에 그때 다수당이었고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을 내걸고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고 강행 처리하려고 했었다. 당 대표로서 그때 그런 점들이 가장 안타까운 일들로 기억이 된다”면서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선택함으로써 우리가 다수당이 되고 여당이 되도록 이렇게 만들어 줬다. 우리를 다수당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그런 책임도 우리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이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통합을 위해 다수당인 우리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가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 모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오랜 침묵을 깬 배경에는 한나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가 국민 통합에 저해가 된다는 분명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가 ‘양비론적 접근’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등 친이 언론이 대부분 양비론적 시각으로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보수논객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박근혜 발언을 양비론으로 보는 일부시각은 삐딱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날 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자비(慈悲)의 일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강경파들이 몰고 가는 (MB 법안 강행처리)분위기가 탐탁지 않아도 의원들이 아무도 나서서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박 전 대표가 이들 쟁점 법안에 대해 정리하는 발언을 날렸다”며 “이 한 방으로 상황을 종료시키는 효과 얻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였을 때 열린우리당이 다수결의 힘을 앞세워 처리한 사학법에 대해 반대했던 입장이었고, 당시 야당 대표로서 다수결이라고 해서 일방적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폐단을 경험했던 입장에서 오늘 발언은 박 전 대표가 일관성 있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박근혜 발언 한방으로 MB 법안 물 건너간 것으로 정리해준 셈”이라며 “비실비실 해서 만신창이 됐을 때 소생할 가능성 없을 때 ‘자비의 일격’같은 효과를 준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자비의 일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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