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농성해제… 일단 판정승
세력 결집효과·국회의장 ‘직권상정 자제’ 약속 등 성공
시민일보
| 2009-01-06 18:47:12
한나라, 하루만에 강경 분위기… ‘2월처리’ 가능성 일축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6일 본회의장 점거 12일째를 맞아 본청 로텐더홀에서 발표한 대국민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은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오늘 본회의장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나라당과 민주당 누가 이득을 보았을까?
일단 한나라당은 강경 친이 세력 간의 갈등이 유발된 반면, 민주당은 결집되는 효과를 보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판정승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김형오 국회의장으로부터 ‘직권상정 자제’ 약속을 받아냈다는 점에서도 민주당이 이득을 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이날 성명 발표에서 본회의장 점거 농성 해제 이유로 “김형오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자제를 선언했고, 1월 임시국회 추가소집도 없다고 밝혔다”며 “사실상 1월 중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국민과 야당에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살리고, 민생을 살리자는 생각 하나로 본회의장 문을 닫았고, 이제 같은 심정으로 그 문을 열고 나왔다”며 “민주당이 결단한 만큼 청와대와 한나라당도 MB악법 강행처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간 이견이 없는 95개 법안 처리 방침과 관련, “8일까지 처리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지금 법사위에 계류 중이거나 각 상임위에 대기 중인 법률 중에서 합의가 가능한 민생관련 법들을 신속하게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절차를 밟아 논의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정 대표는 지난 12월19일 상임위 점거에 이어 12일간의 본회의장 점거 농성 결과에 대해 “방송장악법을 포함한 MB악법을 저지해냈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강행기도를 무산시켰다”며 “국회를 통법부로 전락시키는 횡포에 맞서 의회 민주주의를 수호해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손해본 것이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내에서 다시 청와대의 ‘속도전’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강경파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시국회는 회기 연장을 해서라도 만약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해야할 것 같다”며 “가능하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민이 바라는 민생 법안, 일부 쟁점 법안이 모두 상정돼 상임위에서 논의되도록 추진해보겠다”고 밝혔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이 1월 국회는 8일 마무리 짓고 2월 국회하자는 얘기하는데, 대단히 잘못됐다”며 “작년 말까지 해야 되는 것이 하나도 통과 안 돼 민생, 경제가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충분한 논의를 위해서도 국회 회의 못한 것 중단 없이 해야 한다. 1월 국회는 8일 이후에도 중단 없이 토의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1월 임시국회가 필요하다”고 ‘1월처리론’을 강조했다.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는 하루 만에 강경 분위기로 돌아서 쟁점 법안의 ‘2월 처리’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앞서 전날 이상득 의원은 ‘2월 처리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방송법 등 언론법 처리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홍준표 원내대표는 “일부 법안을 두고 촛불 사태처럼 진보 좌파들이 결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진보 좌파의 저항은 두려워하지 않고 돌파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국민 대다수만 보고 정치해야 한다. 반대 논리에 함몰돼서 휩쓸려가선 안 된다. 마치 촛불 사태처럼 광우병 논란처럼 그런 사태로 일부 진보좌파들이 몰고 가는 것을 온 몸으로 막아내고 국민만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돌변한 태도를 보였다.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회의에 앞서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방송법 무조건 해치워버려”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여야 간에 다시 충돌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전날 여당의 법안강행 처리 방침에 대해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던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 의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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