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맞는 구두찾아” vs “친위 돌격내각 인사”
1.19 소폭 개각… 여야 시각차 극과 극
시민일보
| 2009-01-19 19:08:35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기획재정부·통일부 등 2개 부처 장관과 장관급인 금융위원장·국무총리실장을 교체하는 소폭 개각을 단행한 것과 관련, 여야의 시각차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야권은 이날 일제히 “친위 돌격내각”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반면 한나라당은 “발에 꼭 맞는 구두를 찾은 인사”라고 극찬했다.
■민주당 “국민들에 대한 반란수준 인사”
우선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대통령의 고향 출신과 친이 세력으로 병풍 친 인사”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 최고위원회의에서 “충성도 중심으로 사람을 선정한 것 아닌가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한두 번 실망하고 쌓이면 원망이 될 것”이라며 “자기와 친한 사람, 코드 맞는 사람만 찾지 말고 두루두루 폭넓게 인재를 골라 쓰는 탕평인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여당이 하는 일은 5공으로 회귀하는 공안통치인 것 같다”며 “MB 주변에 성을 쌓아서 사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국민과 소통하고 뜻을 잘 받들어서 신뢰받는 정권을 만드는 게 이 정권의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구두논평에서 “이번 대통령의 인사는 인사가 아닌 강권통치를 교사하는 것이며 경북, 고려대, 공안통을 배치한 소위 ‘KKK’(경북-고려대-공안)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국민들에 대한 반란수준의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최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인사들 가운데 고려대 출신이 6명인데다 9명이 대구·경북 출신인 점을 지적하면서 “대한민국에 그렇게 인재가 없다는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오늘 내각은 그토록 공언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친위세력으로 발탁한 돌격내각”이라며 “이렇게 돌격내각을 짠 이유는 2월 임시국회에서 MB악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공안통치, 강권통치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에 대해 “다시는 제2의 IMF(금융위기)가 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 지상명령인데, 왜 우리는 기재부 장관을 IMF 관련자들로만 임명을 한다는 것인가”라며 “대통령이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현인택 고대 교수에 대해서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10년 동안 쌓아올렸던 남북관계가 일거에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며 “비핵개방 3000의 설계자로 알려진 현 교수가 통일부 내정자로 결정된 것은 남북관계를 완전히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며 ‘청개구리 인사’라고 규정했다.
그는 “야당을 자극하고 국민을 절망시켰다”며 부분개각에 대한 평가를 내린 뒤 “민주당은 철저한 인사검증 및 총체적 문제제기를 통해 이번 인사가 이 대통령의 철저한 오판에서 비롯된 인사라는 것을 입증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선진당 “숫자만 맞춘 함량미달 개각”
자유선진당 역시 청와대 개각 발표와 관련, “차관 교체를 통해 숫자만 맞춘 함량미달 개각을 보여줬다”고 맹비난했다.
이명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알맹이 없는 졸속개각으로 국정을 쇄신하고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기절하고도 남을 일”이라며 “국민의 뜻을 살피는 데 인색하던 정부답게 이번에도 철저하게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정파를 초월하기는커녕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인사마저도 개각인선에서 제외하는 지극히 편협한 자기사람 챙기기 개각”이라며 “장고 끝에 악수 둔다더니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전면적인 쇄신을 바라고 있는 국민적 요구사항은 단순히 인적개편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기조와 통치방식에 대한 변화까지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미 잘못 그려진 그림에 아무리 덧칠을 한다고 새 그림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노당 “이대통령 친정체제 완성됐다”
또 민주노동당은 “인적 풀이 얼마나 없으면 고작 집권한지 1년 밖에 안 되는 정부가 돌려막기 외에는 인사대안이 없는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혹평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완성됐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독주가 앞으로 기승을 부릴 것이 확실시 된다”며 “국난의 시대에 탕평책을 단행하기 보다는 ‘친이(친 이명박)’ 친정체제 구축에 골몰하는 것을 봤을 때 이명박 정부 하에서 국민통합과 경제위기 극복은 만년하청”라고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짜인 이번 개각은 서민경제 파탄으로 가는 돌파 내각, 전광석화 비서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 변화와 쇄신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공동대표 역시 “그동안의 국정난맥상을 ‘권력’의 부족에서 찾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심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대표단 회의를 통해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고 있다. 4대 권력 사정기관장에 대한 인사가 MB측근들로 채워졌다”며 “한나라당도 못미더워 자기 사람들로 다 채운 정파독점형 인사”라고 비판했다고 신장식 대변인이 전했다.
심 대표는 이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으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늑대를 내보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인사”라며 “윤 전 위원장은 한마디로 경제위기의 주원인이 된 ‘감독실패’와 ‘재벌 편향적 인식’을 가진 대표적 관료”라고 비판했다.
노 대표도 “대통령과 관료들이 직거래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면서 사실상 독재정권 시절의 ‘대독 총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한승수 국무총리의 경질은 상식적인 요구”라며 “그러나 세간이 떠도는 말대로라면, 이번 개각과 인사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돌려막기 개각’, TK(대구·경북) 출신 ‘리틀 이명박’만으로 권력을 일색화하는 ‘친위 개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 “경제 순항시킬 최고 전문가들”
반면 한나라당은 “발에 꼭 맞는 구두를 찾은 인사”라고 잔뜩 치켜세웠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신속히 결단, 행동할 수 있고 개혁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들을 중용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지금은 국정수립 단계를 지나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시기”라며 “구두끈을 단단하게 조여매어야 할 시기에 발에 꼭 맞는 구두를 찾은 것”이라며 “지금은 진정한 일꾼이 필요하다. 바다를 건너려면 믿을 수 있는 조타수가 필요하다. 이들은 세계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경제를 순항시킬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에 경남 마산 출신인 윤증현(63)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김하중 통일부 장관 후임에 제주 출신인 현인택(55)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내정했다. 아울러 장관급인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장을 교체하는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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