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선택을 위하여!
신보영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원)
시민일보
| 2009-02-01 18:14:13
얼마 전 중고차를 한대 구입 하게 되었다. 미국생활에서의 자동차는 필수 목록 1순위로, 차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출퇴근은 물론이며 생필품 구입을 위해 슈퍼를 다녀 올 수도 없다. 세 자녀와 아이들의 엄마까지 다섯 식구가 미국에서 지내는데 차량 한대를 가지고는 아무래도 무리가 되어 조만간 1대를 더 구해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 환율이 조금 내려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좋은 차, 마음에 드는 차를 구하기 위해 중고차 매장을 얼마나 뒤졌는지 나중에는 차만 쳐다봐도 멀미가 날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을 했으니 그 만족도가 최상 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다음날부터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거리를 지나며 보이는 수많은 중고차 매장들, 그 곳 차량 들의 윈도우에 표시되어 있는 판매가를 바라보며 내가 과연 싸게 산 것인지 아니면 비싸게 산 것인지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끝없이 괴롭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타이어 교체부터 주요 부품의 결함 발견 등 추가 비용이 꽤 들어가고 나니 보통 머릿속이 복잡한 게 아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 보았으리라.
사실 자동차 왕국이라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구입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용도와 예산범위 등, 우선적으로 고려 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지만, 이름을 다 기억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동차의 종류가 그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한다. 게다가 이미 생산이 중단된 차량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중고차 시장은 그야말로 차량 구입을 기쁨이 아닌 고통으로 만들어 주기에 크게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이 와중에 나는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과연 우리가 살아 가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또 그 선택에 대해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게 되는지 말이다. 자동차 한대를 사면서 꾀나 유난을 떠는 것 같지만 요즘처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그리 유치 하지만은 않은 질문일수 있다.
특히 투자 열풍에 휩쓸려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의 펀드 상품에 쌈짓돈을 넣어둔 경우에는 더욱 그러 하리라. 선택(투자)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선택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선택이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선택했던 정치인들이 큰 실망을 가져다 주는 경우는 또 어떠한가? 이는 단순한 주머니 사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 후손들의 미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선택에 따라 결과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진로를 선택하고, 진학할 학교를 선택하고, 평생을 다니게 될지 모르는 직장을 선택할 때 각기 다른 모습의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또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과의 헤어짐을 선택하게 되어 가슴 아픈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이토록 “선택”이 우리에게서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 하니 어차피 부딪혀야 할 선택이라면 후회 없는 올바른 선택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선택을 위한 준비에 투자하고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를 나와 기대에 맞는 직장을 선택하지 못해 수년간을 방황한 사람과, 좋지 않은 학벌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을 자기발전에 끊임없이 투자한 사람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자에 해당하는 이는 이미 사회 변화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어 더욱더 기대에 미치는 직장의 선택에서 멀어져 갈 것이고 후자에 해당하는 이는 자신이 전에 가질 수 있었던 선택에 비해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를 갖게 되리라. 선택은 주어진 기회에서 비롯되고 기회는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좋은 선택을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화된 좋은 기회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본다. 안정된 시장에서의 투자 선택이 위험률을 최소화 해주듯이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선택의 기회를 우선 양질화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신경이 무디어져 차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주변에 지나치는 차량 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나의 선택이 탁월한 선택 이었으며 지금의 이 차보다 더 좋은 조건의 차는 없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겠노라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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