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다음은 이명박?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4-08 16:06:34

그토록 뻣뻣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급기야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말았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다. 그 혐의는 정 전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노 전 대통령 부부)의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어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추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곧 스스로 청렴함을 내세우던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도덕적으로 파산선고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나마 도덕성에 있어서만큼은 현 정권보다 나을 것이란 국민의 믿음마저 배신당한 이 사건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 역시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사실 필자는 이런 사태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1일 는 칼럼을 통해 “애초부터 타고난 성품이 그런(침묵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재임 당시에도 ‘입’이 문제였을 만큼 숱한 설화(舌禍)를 일으켰던 사람”이라며 왜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만일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진심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배신감은 지금보다 조금 덜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것이 단순 채무채권거래인지 아니면 뇌물성 자금인지 명확하게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최고의 권력자로서 대통령 재직 중에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를 포함, 모든 관계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이미 죽어버린 과거 권력보다 살아 있는 현재 권력의 주변에 대한 조사가 더욱 필요하다.

현재 권력의 부패는 진행형으로 앞으로도 더욱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권력형 비리를 척결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의 태도가 야릇하다.

실제 검찰은 지금까지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참여정부 시절 재임했던 고위 공직자, 전.현직 민주당 의원 등 과거 정권과 관련 있는 인사에 대한 수사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반면 2억원의 청탁금을 받은 추부길 전 비서관을 구속한 이후 현 정권과 관련된 인사들은 무혐의 처리를 내리거나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아주 소극적인 수사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박연차게이트’가 마치 이미 죽은 정권에 대한 타깃 수사처럼 보인다.

보다 못해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8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검찰은 현재 진행되는 수사는 물론 전 정권인사이건 현 정권인사이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에게 소상히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국민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단히 큰 잘못을 했다.

이제 그의 정치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봉하마을을 통해 정치재개를 꿈꾸었으나,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그래도 싸다.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대가다.

그런데 같은 죄를 짓고도 현 정권의 유력인사라는 이유만으로 ‘박연차게이트’에서 누군가 빠져 나간다면, 국민이 이를 용서하겠는가.

실제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박연차 구명 로비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게도 부탁을 한 것으로 밝혀진 마당이다.

추 전 비서관이 지난 7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의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박 회장에 대한 부탁을 했다""고 진술했다는 것.

그렇다면 당연히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이상득 전 부의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쪼록 권력형 비리가 ‘박연차게이트’로 막을 내리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롯데게이트’가 터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혹자는 ‘노명박’이라며 ‘노무현 다음은 이명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도대체 이 같은 권력형 비리는 누가 대통령이 돼야 없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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