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연대, 다음은 어딜까

편집국장 고하승

고하승

| 2009-05-18 17:02:00

사법부를 손아귀에 틀어쥔 이명박 정권이 친박연대를 무너뜨렸다.

그러면, 그 다음 타깃은 어딜까?

민주당일까?

아니면 자유선진당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한나라당내 친박 세력일까?

모르겠다. 그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잘못된 대법원의 판결에 모두가 ‘나몰라’ 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다음 타깃은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음이다.

지금 서청원 대표에 대한 유죄판결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취재결과에 따르면, 창당과정에서 서 대표는 당 대표 자격으로 돈을 차용했다. 물론 그 돈의 용처에 대해서는 모두 선관위에 신고했고, 당에서 차용증까지 작성해 줬다. 그리고 선거 이후에는 이자까지 보태서 빌린 돈을 모두 갚았다.

공천헌금을 받은 것도 아니고, 특별당비를 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출마자들 가운데 비교적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당이 돈을 빌린 것뿐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선거비용이 없어 선거를 제대로 치를지 불확실한 신생 정당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고, 차용증도 사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고 말았다.

전날 필자가 밝혔듯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관적 사유와 아무런 물증도 없이 단지 ‘가능성이 크다’는 심증 때문에 유죄를 선고했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 재판에 신영철 대법관이 부심으로 참여했다는 것도 문제다.

그는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촛불집회 재판개입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동료 판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하필 친박연대 재판에 참여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쩌면 촛불집회 재판 당시처럼 여기에도 MB 입김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박사모와 근혜동산 등 박근혜 전 대표 지지단체들이 18일 서 대표 구속저지 규탄대회를 여는 등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이런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선진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 친박 의원들까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마치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듯 천하태평이다.

과연 그럴까?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눈 깜짝하지 않고 무너뜨린 정권이다.

만일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다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충족될 리 없다. 그렇다면 분명 다음 먹잇감을 찾아 나설 것이고, 그게 민주당이나 선진당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곧바로 한나라당 내 친박 의원들을 대상으로 사냥에 나설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 모두가 나서서 “서청원 유죄판결은 부당하다”고 외쳐야 한다.

비록 서청원 대표를 좋아하지 않는 정당이라고 해도, 이번 사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필자가 좋아하는 마틴 니묄러의 시를 다시 한 번 올려놓아야 할 것 같다.

“나치가 공산당원에게 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뒀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에게 갔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태인에게 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에게 왔을 때 항의해 줄 누구도 더 이상 남지 않았다.”

어쩌면 마틴 니묄러의 시처럼, 민주당과 선진당 및 한나라당내 친박 의원들은 서 대표에 대한 유죄판결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나는 친박연대 의원이 아니니까’하고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외면만 하고 있다가는 정작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할 때,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을지 모른다.

따라서 민주당이건 자유선진당이건, 한나라당내 친박 의원이건 가릴 것 없이 모두 일어나 외쳐야 한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면 모든 국민들이 소리쳐 외쳐야 한다.

“서청원 대표를 당장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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