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昌, ‘공조의 틀’ 뭘까?

편집국장 고하승

고하승

| 2009-06-29 14:04:14

여당의 단독 국회 개회에 동참한 친박연대가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반대,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 단독 국회 개원을 반대하던 자유선진당은 ‘미디어법 6월 처리’를 주장하며,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즉 친박연대는 한나라당과 각을 세우는 반면,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을 향해 노골적인 구애(求愛)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친박연대가 국회 개회에 동참한 것은 국민 여론을 존중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미디어법 여당 단독 강행 처리에는 어떤 이유로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어 "여야가 극한으로 맞서고 있는 핵심쟁점 법안인 미디어법 처리는 여야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합의 처리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현 시점에서 국민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뭔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박연대 측 관계자는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29일 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은 전국 여론을 독과점하게 하는 것이고, 특히 대기업과 신문이 보도 채널 지분을 49%까지 갖도록 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국민과 전문가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여론 수렴을 한 후에 처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개정 기준을 대기업과 신문의 지분 참여율이 아닌 여론 지배율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과 전문가 대부분이 반대하는 미디어법이다.

이를 강행처리하기 위해 ‘여당 단독국회 개원’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만으로도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데, 개원에 동참한 친박연대까지 이처럼 ‘미디어법 강행처리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으니, 한나라당으로서는 여간 난처하게 아니다.

어쩌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금 국회에서 자신들이 ‘왕따’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실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 미디어법을 놓고 최대 격전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방위는 29일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회의장 입구를 원천 봉쇄하는가 하면, 친박연대의 ‘강행처리 반대’로 결국 개회는 무산되고 말았다.

그런데 한나라당에 생각지도 않던 원군이 생겼다.

바로 자유선진당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청와대 밀담 이후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부쩍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원군을 자처할 줄은 몰랐다.

실제 류근찬 선진당 원내대표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부터 6월 임시국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고립무원(孤立無援)이던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은 단독국회를 감행했다는 부담을 덜면서 민주당에게 국회 의사일정 참여를 강제하는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선진당은 왜 ‘한나라당 일병 구하기’에 나선 것일까?

청와대에서 밀담을 나눈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두 사람만 외에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회창 총재가 지난 26일 여권을 향해 “먼저 ‘공조의 틀’을 만들라”고 요구한 것에 비춰 볼 때, 상당한 이야기가 양측에 오고 갔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날 이 총재가 ‘총리’가 어쩌니 ‘장관’이 어쩌니 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 이 대통령이 자유선진 당 측에 총리나 장관자리를 제의한 모양 같은데, 그보다 “먼저 공조의 틀을 만들라”고 말 한 것은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총재가 요구하는 ‘공조의 틀’, 즉 총리나 장관보다 더 중요한 ‘그 이상의 것’이란 대체 뭘까?

혹시 이원집정부 개헌 이후의 ‘여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아닐까?

이 대통령이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박근혜 포용론’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도, 이회창 총리와는 기나긴 시간 밀담을 나누는 등 끈끈한 애정을 과시하는가 하면, 자유선진당은 미디어법 처리문제로 왕따가 되어 버린 한나라당 지원군으로 나서는 등 양측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명심하라.

이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었든, 그게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 결코 당신들의 반란은 성공할 수 없다. 미디어법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회창 ‘얼굴마담 대통령’, 이명박 ‘실세 총리’를 염두에 둔 거래라면, 지금 당장 포기하는 게 옳다. 그 과정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피’를 부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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