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깬 무등벌', 야구로 하나된 호남
차재호
| 2009-10-18 11:13:20
광주 무등벌의 지축이 타이거즈 응원 함성으로 12년 만에 다시 흔들렸다.
KIA타이거즈가 17일 홈구장에서 파죽의 2연승으로 한국시리즈 5부 능선을 넘자 호남지역민들은 70~80년대 애환을 담아 풀어냈던 야구열기로 광주 무등경기장을 또 한번 들썩이게 했다.
KIA타이거즈는 이날 오후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2대 1로 승리하며 귀중한 승점을 챙겼다.
한국시리즈는 7전4선승제로 KIA는 이날 2연승으로 'V 10'의 5부 능선을 넘었다.
이날 2차전은 전날에 이어 경기시작 2시간 전인 낮 12시부터 일찌감치 관중석 1만3400여석이 가득 메워졌다.
특히 광주의 한 20대 여성은 전날 밤 우박과 함께 불어닥친 폭풍우를 뚫고 경기장에 맨 먼저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관중들은 미리 준비한 음식으로 점심을 하며 마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는 KIA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 오후 2시 경기가 시작되자 가족부터 연인, 회사 동료 등 각계각층의 관중들은 노란 막대풍선을 치며 '기아'와 '윤석민', '최희섭', '이종범' 등 선수들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또 관중들은 KIA 선수들의 안타와 호수비는 물론 아까운 실책 하나하나에도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파도응원으로 격려를 보냈다.
이날 무등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열기는 한국시리즈 'V 10'을 향한 타이거즈의 갈증과 맥을 같이 했다.
40~50대 중장년층 관중들은 'V 9'까지 달리며 암울했던 시기에 호남 민심을 하나로 모았던 타이거즈를 회상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응원전을 펼친 김모씨(54)는 "경기장의 우렁찬 함성이 12년 전 타이거즈의 영광을 재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타이거즈가 힘을 발휘할 때마다 호남민들도 애환을 야구응원에 담아 풀어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회사원 이모씨(52)는 "한국시리즈 경기를 다시 광주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옛날에는 선동열의 깨끗한 삼진과 김봉연의 호쾌한 홈런 한 방에 세상의 시름까지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구청 직원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송광운 광주 북구청장은 "원래 타이거즈 경기가 지역민들의 소외된 마음을 잘 달래줬었다"며 "오늘 경기를 보면서 호남인들이 힘도 얻고 똘똘 뭉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응원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광주시민들은 무등경기장 밖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보거나 인근 교회 및 아파트 등의 옥상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KIA의 'V10'을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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