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라, 전국체전서 대표복귀 신호탄 쏜다

차재호

| 2009-10-20 11:32:01

"원래 주변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에요.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죠".

한 차례 시련을 겪어서인지 고3 수험생 같지 않은 담담함이 묻어나왔다.

한국 여자 수영의 기대주 최혜라(19. 서울체고)가 20일부터 대전에서 열리는 제 90회 전국체육대회를 통해 다시 기지개를 켠다.

지난해 2008베이징올림픽 이후 태릉선수촌을 나오며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펼쳐진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최혜라는 전국체전을 통해 그동안의 아픔을 털어내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의 성공을 위해 다시 물살을 가르겠다는 각오다.

▲대표 선발 아쉬움 "언젠가 기회 오겠죠"

베이징올림픽 이후 최혜라는 촌외 훈련을 요구했다. 기록 향상을 위해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지킬 수 있는 개인 훈련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수영 선전국 대부분이 개인 훈련 위주로 컨디션을 조절한 뒤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선발전에 나선다. '마린보이' 박태환(21. 단국대)은 전담팀까지 구성해 개인 훈련을 펼쳐왔고, 대한수영연맹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혜라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대표팀에 뽑히지 않아도 된다'는 각서를 쓰고 선수촌을 나오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한국 수영 대표팀은 로마 대회에서 졸전으로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기량보다 주관에 치우친 대한수영연맹의 선수선발방식과 이로 인한 경쟁력을 문제 삼았다.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최혜라의 이름도 언론에서 종종 오르내렸다. 본인으로서는 적잖게 신경쓰일만한 문제였다.

최혜라는 "당시 결정(퇴촌 각서)에 후회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로마에 갔더라면 잘 할 수 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내가 훈련하고 싶은 지도자와 방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기 중에도 나 자신의 페이스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혜라는 "가족과 많이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막상 태릉에서 나온 뒤 부모님께서 많이 힘들어 하셨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혜라의 단기적인 목표는 2010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년 뒤에 열리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의 성공은 이후의 일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수영연맹이 일방적으로 대표선수를 정하는 세계선수권과 달리 대표 선발전을 거친다.

최혜라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선발전을 거치기 때문에 열심히 훈련한다면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전국체전, 좋은 성과 올려야

20일부터 시작되는 전국체전은 최혜라의 대표 복귀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최혜라는 전국체전 여자 접영 200m, 개인혼영 200m에 각각 출전한다.

지난해 여수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접영 100m에 출전했지만, 올해는 200m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국 기록(2분15초17)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혼영 200m는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전국체전을 앞둔 최혜라는 의욕보다 부담감이 앞서는 모습이다.

최혜라는 "사실 그동안 전국체전에서의 성적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고3이라 대회 성적과 연결되는 진로 문제로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기량의 기복이 심한 편이어서 최근 매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1만4000m씩 훈련을 해왔다"고 밝힌 최혜라는 "대회에 컨디션을 맞추고 있는데 잘 될까 걱정"이라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시종일관 선수답지 않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목표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최혜라는 "개인혼영에서 2분15초 이내로 들어가야 한다. 세계와의 격차가 큰 만큼 서서히 기록을 좁혀가야 한다"며 "열심히 운동하다보면 기록은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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