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서울에 살 자격 없나"
"이계안 전 민주당의원 ""뉴타운 개발, 원주민들 몰아내고 있다"""
문수호
| 2009-10-20 19:07:40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은 "서울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뉴타운 개발이 결국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있다"며 "서울이 그들만의 특별시인가요"라고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서울 곳곳을 걸어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이 전 의원은 20일 를 통해 “걸으면서 곳곳에 불고 있는 재개발, 재건축 열풍과 뉴타운개발이 진행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며 “그런데 동시다발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해당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자고 깨면 오르는 전세값에 서울의 외곽으로, 더 멀리 수도권 바깥으로 계속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중계동 백사마을, 홍제동 개미마을을 잊을 수가 없다. 중계동 104번지라서 104마을이라 불리는 그곳에 살고 있는 1194세대 중 750세대는 세입자다. 개미마을도 개발계획이 실행되자 많은 사람들이 떠나버렸고, 남아있는 주민들은 오랫동안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온 터를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어디로든 가야하지만 갈만한 곳이 없을 것 같다는 만만치 않은 현실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아예 무허가 주택이었거나 세입자가 대부분인 그들은 무허가 주택에서 살았으니 법에 따라 그냥 쫓겨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서울을 걷다보니 낡고 노후한 주택들은 몽땅 높고 세련된 아파트로 대체되고 있다. 지금의 방식과 속도로만 본다면, 이제 경제적 능력이 여의치 못한 보통 사람들은 더 이상 서울에 살 수 없게 될 것 같다”며 “서울은 부자들만의 도시, 아파트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의 도시가 될 지도 모른다. 가난했던 사람이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는 희망의 도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은 모두 쫓겨나고 그 자리를 부자가 채우게 되는 그런 도시가 과연 우리가 바라는 서울의 모습이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도시, 더불어 잘 사는 도시를 만드는 게 모든 시민들이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봉건왕조 시대의 임금, 심지어 우리가 폭군으로 알고 있는 연산군도 왕궁 담벼락에 기대어 지은 민가를 철거하는 문제에 대해 새로 짓지 못하게 하고, 철거할 경우에도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도록 했으며, 고종 임금은 경복궁 중건으로 민가가 철거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사례가 없다고 할지라도 금전적 보상을 할 것을 지시했다”고 봉건왕조시대만도 못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어렵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동시다발적인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서민들은 일방적으로 서울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과연 지금 당장 돈이 없으면 서울에 살 자격이 없는 것인가? 이들과 더불어 같이 사는 희망을 줄 방법은 없을까? 서울은 보통시민이 아닌 그야말로 특별시민이 살아야 하는 그들만의 ‘특별시’인가?”하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올해 1월에 빚어진 용산참사 문제는 바로 이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같은 방식이 지속되는 한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104마을, 개미마을의 주민들이 올 겨울은 무사히 날 수 있을지, 서울을 직접 발로 밟고 다니다보니 서울의 낡은 주거 환경 개선이 정말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절감한다. 그렇다고 그곳에 오래 정붙이고 살아온, 또 살고 있는 서민들을 외면해야 하느냐”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끝으로 이 전 의원은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을 보면 기존 주민의 평균 재정착률이 15%에 불과하다”면서 “살기 좋은 서울은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서울을 걸으면서 사람이 사는 서울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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