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名家 부활에 무등골은 '열광의 도가니'
터미널, 공항 등 곳곳서 '환호'
차재호
| 2009-10-25 10:59:54
KIA 타이거즈가 정규 리그 1위에 이어 극적인 드라마로 12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면서 연고지 호남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터미널과 공항, 역 등지에서 대형 TV를 통해 우승의 순간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호랑이 군단이 나지완의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포효하는 순간,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와 환호로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호프집과 식당, 당구장 등지에서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4시간30분에 걸친 'KIA-SK 잠실대전'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KIA가 4점차를 극복하며 최종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너나없이 얼싸안으며 '가을의 전설'을 자축했다.
'밀러타임' 전남대점 장혁준 사장(32)은 "KIA의 오뚝이 근성을 보고 놀랐다"며 "60-70명의 손님들도 서로를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고, 일부 열성팬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희섭, 서재응, 김병현 등 소위 '빅리거 트리오'를 키우낸 광주일고 야구부 허세환 감독은 "후배들도 자랑스런 선배들을 본받아 훌륭한 선수로 거듭났으면 한다"며 KIA의 10번째 우승을 축하했다.
대학생 나미수씨(22.여)는 "우승 깃발을 다시 가져올 수 있어 기쁘다"며 "광주팀이 이겨서 우승한 것도 좋지만 노장들이 나와서 최선을 다하고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신영씨(25.여)는 "이동하면서 핸드폰으로 우승 순간을 보고는 멈춰서 소리를 질렀다"며 "전대후문에 있던 40-50명의 시민들도 다들 소리를 질렀고, 나지완 선수가 우는 것을 보고 덩달아 울컥했다"고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골목도 시민들의 환호성으로 오랜만에 시끌벅적했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 사는 박상은씨(47)는 "다 지던 경기를 불굴의 의지로 뒤엎은 것이 감동 그 자체"라며 "너무나 잘 싸워줘서 고맙다. 가족 모두에게 큰 선물이 됐다"고 선수단에 사의를 표했다.
기아차 광주공장 직원 국민수씨(33)는 "대학 1학년 때부터 12년간 쌓여온 울분이 확 풀리는 느낌"이라며 "호랑이 군단에는 감동과 꿈, 희망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야구장 신설에 대한 바람도 적잖았다.
회사원 김씨는 "실력은 1등인데 야구장은 너무 열악해 창피하다"며 "낙후된 구장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우승한 선수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새 구장을 서둘러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기업 직원 박모씨(45)는 "돔구장이든, 아니든 지역민의 꿈과 미래를 담은 신설 야구장이 하루 빨리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