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오늘 미디어법 효력정지 가처분등 최종 결정
與野, 겉으론 태연, 속으론 긴장
고하승
| 2009-10-28 17:37:20
무효, 민주당 지지율 ↑, 한나라, 정기국ㅎ쇠 운영전략 수정 불가피
합헌, 민주당, 정치적 타격 받고 정국 주도권 한나라에 넘겨줘야
인용, 국회 점거ㆍ강행 처리등 여야간 물리적 충돌 재연 될 수도
10.28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28일 여야는 미디어법 효력정지 가처분 및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헌재가 29일 이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10명 중 6명이 헌재가 무효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헌재 결정은 일반 국민여론이나 전문가들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여야 모두 자신들의 승리를 예상하는 발언들을 하고 있지만, 실제 결과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단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미디어법은 법률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절차적 하자를 결정적으로 입증할 증거도 여러 가지를 냈기 때문에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여야 모두 반대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지난달에 집시법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던 것처럼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지금 헌재에는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우리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헌재가 어떤 결정이 내리든 정가는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헌재에서 미디어법 무효판정을 내린다면 민주당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 급제동을 걸 수 있을 뿐 아니라 현 지도부 체제도 공고해지고 야권 통합을 주도할 수 있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을 다시 다뤄야 해 세종시, 4대강 예산 처리 등에 집중하고 있는 정기국회 운영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종합편성 채널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일부 신문사들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여당인 한나라당 역시 관련 법안을 무리하게 처리했다는 비난과 함께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합헌 결정이 나오면 야당이 정치적 타격을 받으면서 여당에게 정국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용 결정시 한나라당은 법 자체가 아니라 법안 처리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것인 만큼 새로운 절차를 밟아 미디어법을 다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역시 여야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정기국회에서 미디어법을 다시 다루게 될 경우 지난 국회와 같은 점거, 강행 처리 등이 또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재보선 결과보다 어떤 면에서는 미디어법 헌재 결과가 여야의 운명을 결정짓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에 대해 무효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 따르면, 공공미디어연구소와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0일 법학교수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0.8%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가 커 무효취지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결정적 하자가 없는 만큼 유효취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응답은 20.6%에 불과했다.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대리투표, 재투표 등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가 70.9%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강행처리되긴 했지만 법적·절차적으로 별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은 21.2%에 그쳤다.
자신의 이념을 ‘보수에 가깝다’고 답한 법학자 중에서도 75%가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고, ‘헌재가 무효취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56.3%가 동의했다.
일반 국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무효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법적·절차적 하자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4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8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56.6%가 지난 7월 국회의 미디어법 처리과정에 대해 “대리투표, 재투표 등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다. “강행 처리되긴 했지만 법적·절차적으로 별 문제 없었다”는 응답은 23.2%에 불과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0.2%였다(95% 신뢰수준에서 최대오차 ±3.0%).
특히 55.7%의 유권자는 국회 처리 과정에 반발해 민주당 등 야당이 헌재에 미디어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제기한 데 대해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하자가 크므로 무효라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봤다. “처리과정에 결정적 하자가 없으므로 유효라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응답은 25.3%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19.0%였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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