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미디어법 결정, 여야 반응 엇갈려

한나라, “자율성 중시한 판단”

전용혁 기자

| 2009-10-30 11:48:10

민주, “정치적 판결”

선진, “일단 존중해야”

헌재의 미디어법 유효 결정과 관련, 여야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의회의 자율성을 중시한 판단이라며 헌재의 결정에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여러 가지를 의식한 정치적 판결이라며 유감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또한 자유선진당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스스로 사법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도 일단 결정이 선고된 이상 존중해야 한다며 중립적 입장을 드러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30일 오전 SBS라디오 ‘이승열의 SBS전망대’에 출연, “이제는 그동안의 지리한 논쟁을 종식할 때”라며 “헌재가 미디어법을 유효라고 판단한 이상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차분히 후속조치 등을 점검하고 법 개정에 따른 준비를 해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헌재가)대리투표가 민주당측에 이뤄진 부분이 인정된 부분도 있고 한나라당측에 이뤄진 부분도 있다고 판단을 한 것 같다”면서도 “결국 헌재 마지막 결론을 보면 일부 절차 등이 다소 흠은 있지만 헌법적 원칙, 회의공개 원칙 등이 위반된 것은 아니다.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의결된 법률안의 효력은 유효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 헌재가 유효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은 결국 이런 소란스런 투표행위가 이뤄진 분을 인정하면서 전체적으로 유효하다고 본 것은 앞으로 이같은 소란스러운 행위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겠냐는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가 권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 그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우리가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헌재의 결정은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국회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보다 명료하고 간단하게 해주셨으면 좋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한 것 같다”며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든 것에 대해 이것이 여러 가지를 의식한 정치적 판결이 아니냐는 불만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고 비난했다.

전병헌 의원은 “헌재가 국회의 삼권분립과 자율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심의표결권 침해에 대해서만 확인을 하고 나머지 국회의장이나 국회에서 알아서 처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그 취지로 유효하다 이렇게 판결을 했다”며 “언론법은 국민의 대다수가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법이기 때문에 안정성 차원에서도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야당과 함께 재협상을 해 보다 안정된 법을 만드는 게 좋을 것이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헌재의 결정이 툭하면 싸움이 돼 버리는 국회의 고질적인 행태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아닌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런 식으로 판결을 한다면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만 통과시키면 다 유효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민주주의는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 하는 것이고 일종의 절차와 과정의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수단이 정당하다는 식의 판결이 되면 우리사회에서 약자는 설자리가 없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과 제도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중립적 입장을 표명했다.

이회창 총재는 3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헌재가 부여 받은 사법 심사 권한을 국회의 자율권 운운하며 기피하면 스스로 사법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도 “일단 헌재의 결정이 선고된 이상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헌재가 절차의 위법성을 확정하고서도 국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발뺌한다면 헌재는 왜 애써 위법 판단을 했고, 또 헌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력 분립은 상호 분리와 불간섭보다도 상호 견제와 균형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입법권의 행사과정은 다수에 의한 의사결정이 다수의 횡포에 의해 이뤄지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은 사법부의 판단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헌재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탄핵 소추에 대해 헌재가 탄핵의 원인이 된 위법을 인정하면서도 탄핵할 만한 중대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한 사례를 연상케 한다”며 “헌재는 이렇게 도망가서는 안 되고 좀더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단 헌재의 결정이 선고된 이상 이를 존중해야 하며 민주당은 헌재에 제소한 것은 헌재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해서 이를 거부하면 안 된다”며 “이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전문가나 학자들의 법리적 비판과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제소한 정당이 이를 비판하고 거부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며 “정치권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