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혁 ""내 최대 무기는 단순함"
"""생각 많으면 복잡해지게 마련… 역도 하면서 일부러 성격 바꿔"""
차재호
| 2009-11-24 11:12:51
고양세계역도선수권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 열중했던 남자 77kg급의 사재혁(24. 강원도청)에게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뜸 위와 같이 답했다.
사재혁은 "생각이 많으면 복잡해지게 마련"이라며 "역도를 하면서 일부러 성격을 바꿨다"고 밝혔다.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난 그는 생긴 모습만으로는 투박하기 그지없는 청년이다. 실제로도 훈련장 바깥에서 만나는 사재혁은 또래의 청년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바벨을 잡는 순간 사재혁의 눈빛은 달라진다. 눈빛뿐 아니라 '인간' 사재혁이 '역도선수' 사재혁으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그 동안 선수생활에 위기가 올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몇 번이나 넘긴 그는 생활에 여유가 넘친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사재혁은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아 대회에서 잘 했으면 좋겠다. 전국체전 이후 회복하고 있는 상태가 빨라 몸은 좋은 편"이라고 자신의 컨디션을 설명했다.
지난 2008베이징올림픽에서의 금메달로 한국 남자 역도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사재혁은 "사실 올림픽은 멋 모르고 편하게 했던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약간 부담이 된다"며 "그래도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실 이번 고양역도세계선수권대회는 사재혁에게 쉽지만은 않을 대회다.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사재혁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중국이 대대적인 공습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중국이 출전시킨 2명(쑤다진, 뤼샤오쥔)의 선수들은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된데다 각각 인상과 용상에 강점을 보여 사실상 사재혁을 잡기 위한 양동작전을 펼치겠다는 작전이다.
상대의 전력 분석을 마친 사재혁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중국이 나를 잡으러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강한 상대를 만날수록 더 강해지는 사람이다. 일단 그들과 부딪혀 보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사재혁이 공개한 또 하나의 필승전략은 '믿음의 역도'다.
남자국가대표팀의 이형근 감독(45)과 사재혁은 서로를 신뢰하는 '믿음의 역도'를 통해 중국의 거센 저항을 이겨낸다는 복안이다.
이형근 감독은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을 잡으러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중국이 이기고 싶어 하니 경기는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재혁이가)체전 후 컨디션도 좋고 중국 선수들의 좋은 성적에 자극도 받았다"며 "현재로서는 마음은 편한다. 여러 작전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을 떨쳐내고 세계 정상의 역사(力士)로 거듭난 사재혁은 자신을 돕는 이들과의 합심을 통해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챔피언' 사재혁과 타이틀을 빼앗으려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사표를 던진 '도전자'들의 불꽃 튀는 24일 맞대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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