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한나라, 내년 지방선거 ‘빨간불’

고하승

| 2009-11-24 16:22:13

편집국장 고 하 승

내년 6월 지방선거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일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구나 현역 프리미엄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이는 오 시장이 지는 선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론조사는 일정 정도 현역에게 유리하게 작용,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득을 보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컨설팅기관 가 지난 20일 서울과 경기도 광역단체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전화 ARS 여론조사를(서울은 933명, 경기는 777명이 유효 표본이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서울 ±3.3%P, 경기 ±3.4%P) 실시했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오세훈 시장이 33.3%,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9.0%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내인 4.3%에 불과했다.

오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최소 범위인 10% 정도만 잡아도 이는 사실상 지는 선거다.

특히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5.5%로 만만치 않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야권 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오세훈 시장의 재선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설사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막판에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유권자의 심리가 작용해 한 전 총리에게 힘이 실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래저래 오 시장으로서는 내년에 힘겨운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딱한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그나마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인 오세훈 시장이 이런 지경이라면 다른 예비 후보들은 아예 명함도 못 내밀 판이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만 그런 게 아니다.

경기도지사 선거 역시 한나라당 후보의 고전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김문수 지사는 38.8%를 얻어 김진표(24.4%) 민주당 최고위원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현역프리미엄 10%를 적용할 경우, 사실상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9.6%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야권 단일화를 이룰 경우 김 지사의 재선의 꿈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북상하는 ‘박풍(박근혜 바람)’을 저지하고 ‘이명박 대세론’을 만들어 준 수도권 지역이 이 모양이다. 그렇다면 충청권 등 중립지대는 보나마나 아니겠는가.

행여 시간이 흘러가면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꿈 깨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따른 각종 악재들이 잇따라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믿지 못할 정부’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또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삽질정부’라거나 ‘토목공화국’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은 지 오래다.

더구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사건의 이면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이명박 정부의 실세 사이에 어떤 거
래가 있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 노무현 서거 1주년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국민들의 심성을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르긴 몰라도 추모행렬이 전국 곳곳에서 줄을 이을 것이고, 이는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즉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이제 다른 방법이 없다.

실정에 실정을 거듭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 말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이 대통령이 자진 탈당함으로서 당과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끊어내 한나라당 후보들의 당선에 도움을 주거나, 아니면 당원들이 나서서 그의 탈당을 요구하는 길뿐이다.

어쩌면 그것이 한나라당 후보들 앞에 켜진 ‘빨간불’을 ‘파란불’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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