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아, 지방선거 너마저...”
고하승
| 2009-11-26 15:13:37
편집국장 고하승
BC 44년 3월 15일 로마 황제 시이저가 자신의 조카이자 상속자인 브루터스의 칼을 맞고 죽게 되는데 이 때 그는 "아, 브루터스 너마저..."라고 하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물론 당시 시이저에 대한 암살 경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3월 15일, 그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한 예언자가 시이저에게 ‘당신이 암살당할 위험이 있으니 그날을 조심하라’고 사전 경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을 지나치게 맹신한 시이저는 그의 조언을 무시했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국민들은 “내년 6월 한나라당이 무너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수차에 걸쳐 사전 경고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치러진 각종 재보궐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줄줄이 낙선시킨 것이 그 경고 메시지다.
실제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완패 했다. 그것도 0대 5로 완전히 박살났다.
이후 치러진 10.28 재보선 역시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향해 ‘조심하라’는 무시무시한 사전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개혁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이 그 직후 '민심은 책임 있는 국정운영과 당 쇄신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조속한 쇄신 프로그램 마련을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취임후 세번째로 청와대에서 가진 조찬회동에서 "여당이 선전했다"며 한나라당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몽준 대표 역시 "의석수는 2대 3이지만 실제 득표는 우리가 많았다"고 자랑했다.
이쯤 되면 두 사람 모두 자만심에 가득 차 있는 로마황제 시이저를 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경고를 무시한 시이저는 BC 44년 3월 15일 끝내 암살당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경고를 무시한 한나라당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아주 위태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3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p)한 결과 여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보다 야당을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구체적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권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48.6%인 반면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5.2%에 불과했다.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무려 13.4%나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대단한 격차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이런 정도의 격차라면 한나라당 후보들은 자신의 텃밭인 영남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전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호남과 충청권, 강원권은 물론 수도권 등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 간판을 내건 후보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추풍낙엽 같은 신세가 될 것이란 말이다.
사실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경고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천하태평이다.
오히려 야당과 여론의 반대에도 4대강 사업을 강행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돌격대를 자청하고 나서는 한심한 짓을 벌이고 있다.
비록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 보여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고, 그래서 자기 자리만 지킬 수 있다면 괜찮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국민은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전 의원 등 쟁쟁한 이명박 측근 인사들을 완전히 물 먹인 바 있다. 다음 총선에서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 없다.
어쩌면 각종 재보선 결과와 이번 여론조사가 한나라당을 향한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끝내 이 같은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다간 내년 6월 한나라당은 “아, 지방선거 너마저...”라고 땅을 치고 통곡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때가서 한탄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내년 지방선거의 완패는 필경 다음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이명박 정부의 독선에 동참한 그대들을 낙선시키는 것으로 매서운 심판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입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입을 열어 이명박 정부의 독선을 꾸짖어라.
시이저와 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고 싶지 않다면, 다음 총선에서 그대들이 살아남고자 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 한나라당의 승리를 원한다면, 그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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