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MB 非 민주’ 대안정당은?

고하승

| 2009-12-01 15:05:02

편집국장 고 하 승

각종 여론조사결과들을 분석해보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은 매우 복잡 미묘한 심리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사실상 사망선고에 해당하는 30%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20%대까지 추락한 적도 있다. 물론 ‘중도.실용’ 선언으로 한 때 40%대로 올라간 적이 있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 뿐이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국민 10명중 최소한 6명 이상이 이명박 대통령을 극도로 싫어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좀 더 쉬운 말로 설명하자면,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 한 학생이 단독 후보로 출마했는데도 인기가 너무 없어서 도저히 반장을 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면 맞다.

한마디로 현재의 국민정서가 ‘반(反)MB’라는 말이다.

통상적으로 보면, 이런 상태에서는 제1야당이 반사이득을 얻어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돼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여당인 한나라당 지지율보다도 낮다.

양당 지지율 격차가 적게는 오차범위 내에서 많게는 10% 안팎까지 차이가 난다.

즉 오만과 독선을 일삼는 이명박 대통령이 죽도록 싫지만, 그렇다고 선뜻 민주당을 지원하기에는 뭔가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비(非)민주’정서가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참 희한한 심리가 아닐 수 없다.

‘반(反) MB’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 1야당을 지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非) 민주’정서를 드러내는 이런 국민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혹자는 ‘반(反)MB 비(非)민주’ 정서를 대변할 대안정당으로 친노(親盧,친 노무현)신당인 ‘국민참여당’을 지목하
기도 한다.

물론 단순히 ‘반MB 비민주’ 정서라는 현상만 보자면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아니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절반 정도가 친노신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반면, 정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 지지층 가운데서는 그런 사람이 10명에 한명 꼴도 안 된다.

국민 사이에 팽배한 ‘반MB 비민주’ 정서를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혹시 국민들은 ‘반MB 비민주’ 대안정당으로 한나라당을 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고 있는 여당이 ‘반MB’ 대안정당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이건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정말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한나라당을 믿고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을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한나라당을 민주당보다 더 많이 지지하고 있는 게 그 반증 아니겠는가.

그러면 국민들은 현재의 한나라당을 정말 지지하고 있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치러진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완패하거나 참패했다.

비록 한나라당을 민주당 보다 더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여당 후보에게는 표를 주고 싶지 않는 미묘한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리가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 한 여론조사 결과 여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보다 야당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가 무려 10% 이상이나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오죽하면 여당 일각에서 ‘수도권 반타작 승리론’이나 ‘2006년 여당참패 재연론’ 이라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겠는가.

그렇다면 국민들은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명박은 죽어도 싫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지지하지만 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찍겠다.

이런 국민들의 심리를 이해하자면, 우선 ‘박근혜’ 라는 정치인의 위치부터 이해해야 한다.

국민들은 ‘반MB’ 정서를 대변할 적임자로 제1야당인 민주당보다도 박근혜 전 대표를 먼저 떠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반MB 비민주’ 정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이명박 거수기’ 노릇에 분노해 막상 선거가 진행되면 여당 후보들에게 표를 주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말고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이해하기 힘든 여론조사 결과들을 해석할 길이 없지 않는가.

그렇다면, 박 전 대표가 ‘친MB’ 행보를 취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이탈해 ‘친박 신당’ 깃발을 치켜세우면 어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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