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 요란한 黨政

문수호

| 2009-12-08 19:09:32

[시민일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세종시 논란에 불을 붙이는가 하면, 행정체제개편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언급하는 등 여러 판을 벌리고 있지만, 정작 소득을 얻는 것은 별로 없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민 갈등을 유발하는 ‘말만 무성한 당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종시 논란= 한 때 당정은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올해 안에 매듭짓겠다며 국민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어느새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가 내년 1월로 은근 슬쩍 넘겨지고 말았다.

이에 따라 여권의 세종시 논쟁이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다.

실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세종시 수정을 위한 여론설득에 충출동한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도 `세종시 특위'의 전국 여론수렴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맥 빠진 양상이다.

뿐만 아니라 친이 세력 일각에서는 "끝내 설득이 안되면 원안대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며 이른바 `출구전략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출구전략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설득하다 안되면 도리가 없는 것'이라는 발언도 퇴로 찾기가 아니라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

심지어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한나라당이 내년 1월 의원총회를 소집, `세종시 원안고수'라는 현재의 당론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169명의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친박(친 박근혜)계 60여명이 반발해도 당론 채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4대강을 밀어붙이려면 친박 의원들의 협조가 필요한데 과연 4대강을 포기하면서 세종시를 강행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야권과 충청권의 세종시 수정 반대여론이 극심한 상황에서 여권이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것.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 논란은 유야무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행정체제 개편=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8일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행정통합과 관련, "행정체제개편법을 가급적 12월 임시국회 내에 마무리 짓자"고 야당에 공식 요청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초 내년 늦어도 2월까지는 처리키로 여야 합의했지만 통합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고 또 12월 임시국회도 열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 "행정구역개편 특위의 존속기간이 12월 말까지"라며 "내년 2월까지 (특위가) 가려면 (활동시한을) 연장해야하는데 그러지 말고 12월 임시국회 내에 마무리 짓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도 체계적으로 통합을 준비하기 위해 신속하게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해 특위 종료시한 내에 마무리 짓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一言半句) 언급조차 없다.

4대강 사업 저지와 세종시 원안 고수를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행정체제 개편 발언은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음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여야가 모두 행정체제 개편의 총론에 합의했지만,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국회에서 법률로 제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권형 개헌 논의=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 남산룸에서 산학연종합센터가 운영하는 최고경영자과정(산학정 정책과정) 초청 특강에서 개헌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특히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권력 구조개편을 역설했다.

그는 "불행해진 여러 명의 대통령의 말년을 최근 지켜보면서 폐해가 많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제는 바꿔야할 시기가 되었다"며 “한국의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권한과 함께 행정수반으로서 행정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집권당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으로 인해 사실상 입법권까지 행사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통해 책임 있는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

그는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정책의 졸속 수행 및 권력의 조기 누수 현상을 방지하는 장점은 있으나 처음 임기 4년 내내 재선을 위한 활동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흥행정치'로 전락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도 존속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주호영 특임장관도 지난 달 기자간담회에서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이 내게 준 임무 중 하나”라며 “국회에 개헌특위가 만들어지면 특임장관실이 정부의 의견 전달 및 행정부 관련 개헌안 작성 등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에 개헌 드라이브에 나설 뜻이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민주당에서 환영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여권 발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선뜻 동참할 뜻이 없어 보인다. 어떤 다른 꼼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친박 의원들이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어, 개헌논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조급한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행정체제 개편,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 등 여러 가지 핫 이슈들을 던져 놓았지만, 이들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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