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세종시 수정명분이 고작 ‘30분’?
고하승
| 2009-12-10 15:33:02
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 친박 좌장격인 홍사덕 의원이 지난 9일 중진의원들이 다 모인 연석회의자리에서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는 언행을 조심하라”, “추상적인 단어로 선동하지 말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평소 조용한 성품의 그가 왜 이토록 격한 발언을 여과 없이 토해내는 것일까?
알고 보니 세종시 수정론자들이 ‘행정비효율성’을 운운하며 내세운 명분 때문이었다.
이른바 ‘신사 정치인’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홍 의원이 이토록 격분할 정도라면, 그들이 명분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실제 세종시 수정론자들은 행정비효율성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즉 현재 일부 청사가 옮겨간 과천에서 총리가 있는 세종로나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 혹은 여의도에 있는 국회까지 가는 데는 45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 연기군으로 행정부처를 옮겨놓으면 완전히 길바닥에서 시간을 다 보낼 게 아니냐는 것.
얼핏 들으면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홍사덕 의원은 이를 ‘선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완전히 길바닥에서 시간을 다 보낸다’는 추상적인 용어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홍사덕 의원은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호남고속전철, 오송분기점까지 철도청에서 내놓은 자료대로 하면 46분이 걸린다. 그리고 세종시에서 관청들이 자리 잡을 터가 미호천 북간에 있는 땅인데, 오송역까지 한 3킬로, 길게 잡으면 5킬로, 그것 밖에 안 된다”며 “5분내에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리고 용산역에서 청와대까지 또는 국회까지 가는 시간을 15분 잡으면 산술적으로는 결국 20분정도 더 걸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기차를)타고 내리는데 5분씩을 더 보태줘 봤자 30분이 더 걸린다”고 지적했다.
즉 연기군에서 청와대까지 가는 시간은 과천에서 청와대까지 가는 시간보다 고작 30분 정도 더 걸릴 뿐이라는 말이다.
국민들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합당한 명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겨우 20~30분 정도의 시간차 때문이라니 정말 한심하다.
그것도 넉넉히 잡은 것이다. 현재 사당동에서 이수교차로까지 버스전용차선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 공사가 끝나고 나면 과천에서 청와대 가는 시간은 훨씬 더 길어질 것이다.
반면 기술의 발전으로 연기군에서 용산역까지 오는 시간은 더 짧아질 수도 있다. 결국 과천에서 청와대, 혹은 국회로 가는 것이나 연기군에서 가는 시간은 별반 차이가 없게 되는 셈이다.
이쯤 되면 홍사덕 의원이 “언행을 조심하라”거나 “선동하지 말라”며 불같이 역정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 세종시 수정론자들의 주장처럼, 행정비효율성 때문에 원안을 백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속내를 밝혀라.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애드벌룬을 띄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수도권 표심을 노린 ‘꼼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들 전부를 의식한 1석3조의 노림수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건 일단 세종시 수정론자들이 명분으로 내세운 행정비효율성이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원안 백지화 음모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국민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이다.
실제 국민 2명 중 1명은 세종시 추진과 관련 원안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8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990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43.9%가 세종시 추진 방향에 대해 당초 여야가 합의처리한 특별법에 따라 원안대로 중앙부처 9부2처2청 이전과 함께 산업, 교육, 문화 등 자족기능을 갖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여야가 특별법을 개정해 중앙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교육과학 중심도시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39.6%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갈등을 부채질하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집착을 던져 버리고 국민의 뜻을 따라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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