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청계천, 진짜 복원 시급하다
고하승
| 2009-12-20 16:17:08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이 ‘보물’처럼 애지중지하는 청계천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실제 오 시장은 취임직후 태풍 ‘에위니아’ 북상소식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당시 ‘지난해 강우 때 10여분만에 청계천 산책로가 침수됐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돌발강우 대비 청계천 방재시스템 구축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6∼10월 20차례 청계천 수위를 모니터링한 결과 10분당 4㎜의 비에도 삼일교 지점은 10∼20분, 오간수교 지점 20∼30분, 무학교 지점은 20∼40분이면 침수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청계천은 상습 침수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청계천 전 구간에 조류발생, 수질악화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청계천은 현재 조류발생으로 부영양화된 하천으로 판명됐고, 수질 악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어 생태계가 복원된 하천이 아닌 오염된 하천 그 자체”라며 “오염된 현재의 청계천은 4대강 사업의 미래 모습이자, 수질악화의 예고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조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계천은 전 구간에 걸쳐 일년내내 (녹조)조류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2007년 이후 18회에 걸쳐 사람이 직접 하천 바닥에 들어가 빗자루로 조류를 쓸어내는 청소(2007년 3회, 2008년 8회, 2009년 7회)를 했지만, 잦은 하상청소는 오히려 하천 생태계를 훼손하고, 부착조류가 떠내려가면서 투명도와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지난 3월 3톤, 12월에는 15일까지 3일간 야간에 20톤의 마사토(산모래)를 살포하는 등 부착조류를 덮어 녹조가 없어진 것 같이 보이게 하는 미봉책을 쓰고 있다.
위험지대 청계천, 돈 먹는 하마 청계천.
왜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필자는 이미 지난 2005년 9월 7일자 칼럼을 통해 ‘청계천은 인공 어항’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천이란 본래 지형에 따라 물줄기가 생겨 형성되는데 청계천은 그러한 지형이 사라진 지 오래고, 콘크리트로 급조해 인공 분수를 만들어 어마어마한 혈세를 들여 펌프로 물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청계천의 복개도로를 치우고 개천을 인공적·기계적으로 복구시킨 조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청계천은 상류의 지천으로부터 물이 흘러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강 하류에 있는 물과 지하철 역사에 나오는 지하수를 전기로 끌어다 청계천에 물을 대는 인공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가 끊어지면 물도 흐르지 않는다. 즉 전기펌프로 물을 끌어와 주변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 콘크리트에 발생하는 녹조류로 인해 매번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청계천은 도심 하천생태계로서의 역할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명백하다. 이것은 복원이 아니라 조경일 뿐이다.
강남구청장과 서초구청이 10여년을 공들여 복원한 양재천과는 격이 다르다.
따라서 필자는 오세훈 시장이 지금의 청계천을 걷어내고, 양재천처럼 생태계가 살아 있는 진짜 복원을 진행해 주기 바랐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청계천의 녹조류를 감추느라 거기에 마사토를 부려대는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같은 당 소속의 전임 시장의 잘못을 감춰 주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의 청계천은 최악의 인공구조물이다. 따라서 차기 서울시장 출마예정자들은 ‘청계천의 진짜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
양재천처럼 이름 모를 들꽃이 지천에 깔려 있고, 각종 동물과 갈대숲이 시민들을 반기는 그런 청계천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서울시민들은 ‘진짜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서울시장 후보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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