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나홀로 훈풍', 노동자 '혹독한 삭풍'
기업, '연일 흑자 콧노래', 노동자, '구조조정에 주눅'
문수호
| 2009-12-23 18:04:16
[시민일보] 연말연시를 맞아 대기업들이 임원승진, 보너스 잔치 등을 벌이고 주식시장이 ‘산타랠리’라는 이름으로 연말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고 있는데 반해 일부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의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들은 수출실적 호조를 발표하며 수백, 수천억원의 흑자를 자랑하고, 주식시장에서는 소위 ‘산타랠리’라는 이름으로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산타랠리’가 아니라 ‘산타해고’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살벌한 차가운 구조조정의 계절일 뿐”이라며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 의원에 따르면 현재 올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KT에서는 1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에 있고, 대림자동차에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함께 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노력하고 있지만 수백명에 대한 정리해고와 강제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또 한진중공업에서는 노사간 합의사항과 달리 2500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 의원은 “2010년도 국정 제일목표를 일자리창출에 두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라며 “산타랠리니, 수출흑자니 하는 말들이 노동자들에게는 남의 나라 일처럼 들릴 뿐”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들이 수천억의 흑자를 내고 신상품 핸드폰이 열풍을 불러일으켜도 이것이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으로 돌아온다면 도대체 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며 “파업과 단체행동이라는 노동자의 마지막 권리조차 정부가 탄압으로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지푸라기 하나 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정부는 지금 당장 일자리 창출이라는 립서비스를 그만두고 실질적인 노동자 구제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연말에 단행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문수호 기자 msh@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