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둥이 소화기

신송철(인천 서부소방서 서부지구대)

문찬식 기자

| 2009-12-29 09:49:24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현관을 들어서기도 전에 6살짜리 딸아이가 달려 나와 유치원에서 노래를 배웠다며 나를 붙잡고 목청껏 불러준다.

가만 들어보니 “평소에는 조용히 얌전한 친구지만 불이나면 용감하게 저리가라 불꺼주는……”이라는 가사를 가진 ‘보배둥이 소화기’라는 소방동요였다.

보배둥이 단어가 생소해 찾아보니 아주 귀중한 어린이를 비유하는 말이다. 화재가 발생하는 양상을 보면 처음에는 작은 불이 불과 10여분 만에 엄청난 화염(일면 최성기)을 일으킨다.

최성기로 도달하기 전 5~10분 내외의 시간은 초기대응을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때이다. 최성기에 이르면 모든 것을 삼켜버리려는 성난 화마를 진정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초기 화재진압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소화기. 이러한 이유로 소화기를 보배둥이라 한 것은 꼭 맞는 비유인 것이다. 일정규모이상의 건물 뿐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대부분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다.

하지만 소화기 사용법을 모르고 있거나 혹은 관리소홀로 정작 위급할 때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여 우리집에 있는 소화기는 어떤 종류인지, 비상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가장먼저 소화기는 눈에 잘 띠는 곳에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장소여야 한다. 대부분의 가정용 소화기는 축압식 분말소화기로 적당한 압력의 소화약제가 충전되어 있는지를 수시로 살펴봐야 한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한데 손잡이 부분의 압력게이지의 바늘이 초록색 부분의 정상 범위 안에 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혹 게이지 바늘이 붉은색을 가리켜 충전이 필요할 때는 주변 소화기 판매처에서 충전을 하거나 새로운 소화기를 구입해야 한다.

다음은 소화약제가 굳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소화기를 거꾸로 들어 귀에 대면 스스스 하는 소리가 나면서 약제가 흘러내리는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약제가 굳는 경우가 적긴 하지만 한달에 한번쯤은 약제 상태를 확인할 겸해서 소화기를 거꾸로 들어주는 것이 좋다.

끝으로 철제로 만들어진 용기는 접합부분이 녹이 슬었는지 확인하고 부식이 심한 경우 폐기를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약제가 방출될 때 압력이 가해져 균열 및 파손 등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빌어 소화기 사용요령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침착하게 소화기를 들고 불이 난 장소로 가져가 안전핀을 뽑고 호스 끝을 화재가 난 곳을 향하게 한 후 비로 쓸듯이 양쪽으로 부드럽게 쓸어주면 된다.

급한 나머지 손잡이를 힘껏 잡은 상태에서는 안전핀을 뽑으면 잘 빠지지 않는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화기,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고 나의 가족과 주변사람을 지켜주는 진정한 보배둥이가 될 수 있도록 아껴주고 신경써주길 바라며 얼마 남지 않은 연말연시 모두가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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