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건희 전 회장 사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동의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지 의문”
전용혁 기자
| 2009-12-29 14:27:01
[시민일보] 정부가 29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연말 특별 사면키로 한 것과 관련, 야권이 “가진 자에 관대하고 없는 자에 가혹한 이명박 정권”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이건희 전 회장 사면이)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익을 최우선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사면이 국민의 염원을 수용한 것이라고 볼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변인은 “지난 2년간 모든 정책에 있어 부자와 대기업을 최우선으로 해온 이명박 정권이 또 한 번 대기업의 이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번 사면은 그토록 법질서를 외치던 이명박 정권이 스스로 법의 엄정성을 훼손한 사례로 국민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건희 삼성 전 회장에게 보인 애정과 관심의 백분지일이라도 용산참사 유가족에게 보여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면서 “힘없는 서민의 애환을 돌보겠다는 정부가 용산참사를 외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용산참사 문제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아울러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역시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이건희 전 회장 사면’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같은 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선영 대변인은 “(이 전 회장의 사면이)단독 사면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3번째 사면이고, 이렇게 정부가 사면권을 남발하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횡행하는 것”이라며 “법치주의 정신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10년에 걸친 수사와 긴 재판과정을 거쳐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14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제 겨우 4개월이 지났다”며 “아직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사면이라니, 어느 국민이 마음으로부터 동의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경제 살리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위해 사면이 필요했다고 하나 옹색하기 이를데 없다”며 “삼성은 이미 아들이 주축이 돼 승계경영을 하는데 이건희 전 회장이 사면된다고 죽었던 경제가 살아나겠는가. 대한민국 경제가 삼성 전 회장 한 사람에게 달려있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초법적인 사면권 남발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악의 축이고 특권층을 양산하고 사회계층화의 분열도 촉발하게 된다”며 “검찰과 법원이 몇 년에 걸쳐 수사하고 재판한 결과를 불과 몇 달 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대통령이 사면해 버리는 사면권 남발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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