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소방차, 오인 출동이 66.8% 차지

류명호(인천 공단소방서 지휘조사팀장)

문찬식 기자

| 2010-01-27 11:22:14

‘화재신고는 119’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올해 들어 6살인 우리 아들도 불이 나면 몇 번을 눌러야 하는지 잘 안다. 또 신고정신이 너무도 투철해서 미심쩍은 연기가 조금만 보여도 신고한다.

자기 집에 불이 난 것도 아닌데 나 몰라라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빨리 신고해 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시민의식이 그만큼 성숙해 있다는 것이다.

소방서에서 불나면 119로 신고하라는 홍보가 너무 지나쳐서 그런가 한때 개구쟁이 어린이 게다가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까지도 진짜 소방차가 오나 안 오나 장난삼아 신고하는 이가 있었다. 다행히 요즘은 시민의식이 높아져 장난 신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시급히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겼다. 바로 오인출동이다. 지난 2009년 공단소방서에서 화재신고로 718건 출동했지만 무려 480건이 오인출동으로 전체출동의 약 66.8%에 이른다. 출동의 절반 이상이 오인출동이다.

주요 사유로는 음식물 방치가 17.3%, 쓰레기 소각이 1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외에도 연막소독, 타는 냄새, 경보오동작 등이다. 장난 신고는 아니지만 실제로 출동해서 현장을 확인하면 화재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오인출동이면 잘 살펴보고 화재가 아니면 다시 소방서로 돌아가면 되지 무슨 문제가 있겠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따져 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다.

연수구, 남동구에는 공단소방서 관할 7개 안전센터·구조대가 분산 배치돼 있는데 이는 화재시 최인근 센터에서 신속히 출동해 화세가 더 커지지 전에 조기에 진화하자는 것이다. 화재신고로 출동지령을 받으면 최인근 안전센터를 포함해 한꺼번에 4개대 차량12대 인원 33명이 출동을 한다.

오인출동으로 그냥 돌아오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때마침 다른 곳에서 실제화재라도 발생한다면 출동이 늦어질 것은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오인출동으로 초래되는 예산낭비이다. 불필요한 출동에 따른 연료비, 차량손실비, 인건비 등을 계산해 보면 연간 약 1억5000만원이 소모된다. 이외에도 긴급출동에 따른 잠재적 사고율, 교통혼잡, 사이렌 소음공해, 지역 주민불안 등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를 고려한다면 오인출동은 반드시 줄여야 한다. 지난해 분석 자료를 보면 음식물 방치행위로 인한 출동이 가장 많다. 음식물을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취침을 한다든지 외출을 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 한다.

두 번째 사유로는 쓰레기 소각이나 모닥불을 피우는 경우이다. 쓰레기 소각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고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가정에서 바퀴벌레 등의 제거를 위해 연막 소독하는 경우이다.

연막 소독시 누군가 화재로 오인해 119신고를 하더라도 사전에 소방서 통보만 있으면 불필요한 출동을 막을 수 있다. 2010년에는 소방공무원과 시민들의 관심으로 오인출동이 전체출동의 50%이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