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 빠져든 '2루 주자' 임수혁은?

3할 넘는 불방망이 자랑하던 롯데의 안방마님

차재호

| 2010-02-07 15:25:58

롯데 자이언츠 포수 출신의 임수혁이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후 약 10년 간의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

임수혁은 7일 병세가 악화돼 용인 자택에서 서울 강동 성심병원으로 옮겨 졌으나, 끝내 오전 8시28분 세상을 떠났다. 장기간의 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지난 2000년 4월 18일 LG 트윈스와의 경기 중 1루에서 2루로 뛰던 임수혁은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심장 발작 증세를 보인 임수혁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전도유망한 포수이자 건강한 프로야구 선수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가족과 팬들은 더욱 놀랐다.

임수혁의 병명은 심장마비로 인한 저산소성 결핍증. 심장 이상으로 뇌로 들어가는 산소가 끊겨서 쓰러진 것이었다.

사고 당시 재빨리 제대로 된 응급처치만 받았어도 임수혁이 최악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았을 수도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임수혁의 갑작스런 사고에 당황한 주위 사람들은 고작 들것에 그를 실고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경기 때 앰뷸런스가 대기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임수혁이 의식을 찾지 못해도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수 십년 만에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임수혁의 가족들은 치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이 때문에 임수혁의 가족들은 병원비 문제로 곤혹을 치렀고, 제대로 응급처치를 하지 못한 롯데와 LG 트윈스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롯데와 LG는 임수혁에게 위로금과 병원비 일부를 전달해 그의 쾌유를 기원했고, 한국야구위원회와 롯데, 타 종목 선수들이 '임수혁 돕기' 행사를 벌여 임수혁과 가족들을 도왔다.

하지만 임수혁은 서서히 잊혀져만 갔고, 주위의 기대와는 달리 깨어나지 못한 채 영면에 빠져 들었다.

임수혁은 프로야구 7년 통산 0.266의 타율에 47홈런 257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 1994년 데뷔해 1995년 롯데의 주전포수 자리를 꿰찬 임수혁은 그해 15개의 홈런을 날리며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1996년에는 포수로서 3할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며 마해영과 함께 롯데 타선을 이끈 선수였다.

임수혁은 1996년 이후 잔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했지만 큰 경기에 강하고, 결정적일 때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로서 롯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랫동안 2루에서 돌아오지 못한 임수혁. 그의 시계는 이제 멈췄지만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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