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변경이냐 새 당론채택이냐
세종시 수정안 처리방식 친이-친박 갈등 심화
고하승
| 2010-02-18 15:09:46
[시민일보] 한나라당 친이계가 세종시 수정안 당론변경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태세다.
정두언 의원은 18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론변경이 아니라 새 당론 채택이란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며 ‘새 당론 채택’이란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앞서 전날 친이계 진수희 의원이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2005년에 수도 이전 안이 물 건너가면서 새로 수도 분할합의안이 넘어왔는데 당론 변경이 아닌 새로운 안에 대한 당론채택 과정을 거쳤다”며 “이를 현재 상황에 준용하면 세종시 발전안은 원안과 다른 안이기 때문에 수정안 자체를 놓고 찬성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즉 당론변경이 아니고 새 당론 채택이 가능하다는 것.
정 의원의 이날 발언은 진 의원의 전날 발언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향후 이를 둘러싼 친이-친박 간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이계가 ‘당론변경’이 아니라 ‘새당론’으로 형식을 바꿔 추진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당론 변경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당론 채택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만으로도 가능하다. 새 당론 채택이라면 친박계 도움없이 친이계 의원들만으로도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결국 친박계가 끝까지 수정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새 당론 채택이라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으름장인 셈이다.
정 의원은 친박계가 설사 당론으로 채택된다고 해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는데 대해 “당헌당규상 따르도록 돼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당헌을 보면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서 투표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개개인의 양심이 더 중요한 거 아니냐는 반박에 대해 “양심에 따라 투표하지만 당론으로 정할 때는 마음에 안 들더라도 따르자는 것이다. 전부 거기에서 합의했고 지금까지도 수차례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됐음에도 친박계가 이에 불응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일정 정도의 징계조치가 검토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런 문제 가지고 윤리위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고, 지금까지 또 그래 본 적도 없다. 그냥 그런 규정만 있을 뿐"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답변을 했다.
사회자가 ‘한나라당 당규 제 18조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될 수 없는 자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있던데, 결국 당에서 중징계를 받을 경우 대선후보가 될 수 없지 않느냐’고 거듭 질문을 하자 “그런 적이 없다. 그런 규정이 있을 뿐”이라고 회피했다.
특히 정 의원은 ‘당론 변경이냐, 새 당론 채택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 “이거(원안) 당론으로 채택하는 과정이 엉성하고 부실했다”며 “새로 당론을 만드는 그런 과정을 서로 논의하면 된다”고 새 당론채택 과정을 거치면 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에 대해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같은 날 불교방송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5년 전에 이미 완전히 당론으로 확정된 것을 다시 바꾸기 위해서 의원총회를 소집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당론변경을 위한 의총소집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5년전에 당론을 확정할 적에, 당내에 특위를 구성했다. 청와대에서 원안폐지를 주도하는 박형준 수석도 특위위원 중 한 사람이고,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많이 인터뷰를 하셨다. 그 안을 가지고 의원총회를 하는데 30여명의 대표들이 나와서 토론을 할 정도로 활발한 논의를 했다. 아주 오랫동안 논의를 했다. 몇 달동안 수십차례 논의를 했다. 민주적인 절차나 과정은 다 거쳤고, 또 표결을 했다. 반대는 사람들이 표결을 하자, 주장을 해서 표결을 했다. 그래서 당론이 확정이 되었고, 그 당론을 가지고 여야간 협의를 끝에 협의 결과를 가지고 국회에서 법을 만들었다. 그래서 당론이 국회법까지 된거다. 그리고 그 법이 여,야 친이, 친박 구분 없이 5년 동안 아무 일 없이 잘 진행이 되어왔던 거다. 그러한 당론을 어느 날 갑자기 바꾼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하나밖에 없다.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것과, 한나라당내에서 소위 비주류가 주류되고, 주류가 비주류 된 것 이외에는 어떤 세상이 깜짝 놀랄 큰 변화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친이계가 당론 변경이 아니라 새 당론채택이라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답답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의원은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조항 바꿀 수 있느냐? 그거 폐지할 수 없다. 행정 중심을 행정 부처를 이전을 중심으로 한 복합도시를 만든다고 한다면, 행정 중심은 바꿀 수 없는 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조항을 바꿀 수 없듯이 그건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종시와 관련한 당론변경,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다 만들어놓고 한달 반 뒤에 당에서 들러리서서, 이걸 뒷받침한다고 이제와서 당론 정한다고 하는 것은 169명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존재감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기에, 그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당론은 이미 한 번 만들어졌다. 표결까지 했다. 그것은 지키자고 만든 것이지 멋대로 바꾸자고 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통령 선거를 포함해서 지방선거, 총선, 보선, 경선 때마다 전부다 그대로 지킨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이기에 절대 바꿀 수 없다. 이걸 바꾼다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바꾸는 것에 찬성한 의원들의 이름이 밝혀지게 되면, 정치하는 내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 정치인으로 도장 찍힌. 대통령님께서 그거 책임 못 져 주신다. 국무총리도 책임 안져주신다. 당 지도부도 책임 못진다.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된다”며 “이러한 당론을 어떻게 바꾸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진짜 큰 장벽은 국회에서 이 법을 만들 수 없다. 숫자가 부족하다. 국토 해양 위원회에서 통과가 될 수 없다. 국토해양위의 법률심사 소위원회도 통과할 수 없다. 그리고 국회법사위원회도 통과될 수 없다. 본회의는 더더욱 통과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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