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한명숙…안절부절 검찰
믿었던 곽영욱 前대한통운 사장, 횡설수설 증언에 신빙성 의심
김유진
| 2010-03-11 17:58:39
[시민일보]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을 밝히기 위한 2차 공판이 열린 11일 변호인과 검찰 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 전 총리 측은 상당히 여유를 보인 반면 검찰은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이날 "한 전 총리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줬다"고 진술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의 앞뒤가 맞지 않게 횡설수설하는 증언은 검찰과 재판부를 난감하게 만들고 말았다.
검찰이 유일한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진술인의 자백이 신빙성을 의심받게 된 것이다.
실제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의 두 번째 공판에서 출석, 공기업 사장 자리를 놓고 한 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재판부는 "정리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곽 전 사장은 "석탄공사나 한전에 갈 것 같다는 내용으로 한 전 총리와 한번 통화한 적이 있다"고 주장, 자신이 먼저 공기업 사장 자리를 언급했음을 밝혔으나, 그 시점이 지원서를 내기 이전인지, 낸 후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실제 그는 시점을 명확하게 해달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심장에 대수술을 2번이나 받았고 마취도 오래했는데 2번째 했을 때 구속됐다"며 "그것을 하고 나니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다소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로써 검찰의 유일한 증거인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재판부에 의해 ‘불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특히 다급해진 검찰이 "한 전 총리는 첫 진술에서 곽 전 사장과 친분이 없다고 밝혔는데, 친밀하지 않은 이에게 골프채와 선거자금을 받은 이유를 명확히 밝히라"며 한 전 총리를 압박했다가 오히려 핀잔을 듣기도 했다.
실제 검찰 측의 추궁에 한 전 총리의 변론을 맡은 변호인은 "친밀 여부는 주관적 판단의 문제"라면서 "이는 반대심문 때 준비된 내용으로 그 때 할 것"이라며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재판부 역시 "최초 진술에 대해 한 전 총리가 입장을 표명할 의무는 없다"고 한 전 총리 측 손을 들어 주었다.
이에 검찰은 "이 부분이 전제된 다음 증인심문을 하기 때문에 입장표명을 요청한 것"이라고 궁색하게 변명했다가 변호인으로부터 "그렇다면 검찰은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심문을 하라"고 핀잔을 들었다.
한편 22일 오후 2시에는 뇌물을 주고받은 장소로 알려진 총리공관에 대한 첫 현장검증이 진행될 예정이고, 이 사건 심리는 내달 9일 선고에 앞서 이르면 이달 26일께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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