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한명숙 재판’ 후폭풍 예고

한나라 경선, 오세훈 시장 유리한 국면 전개

고하승

| 2010-03-14 13:01:35

[시민일보] 6.2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가 될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판 결과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재까지의 판세는 한나라당이 우세한 구도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경선 상대인 원희룡, 나경원 의원을 상당히 앞서고 있는가 하면, 야권 후보들보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 있어서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10%이상 앞서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 재판 결과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5월23일)와 맞물려 선거판 자체를 뒤흔들만한 메가톤급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내달초 선고될 것으로 보이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 결과가 무죄로 나올 경우 그 후폭풍은 서울에서 출마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을 전멸시킬 만큼 위력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그런데 최근 속개되는 '한명숙 재판' 과정에서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무죄 선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건넸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유일한 근거로 기소했으나, 최근 곽 사장의 법정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을 계속해서 바꾸고 있다.

곽영욱 전 사장은 총리 공관 오찬 당시 "돈봉투를 자신이 앉았던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법정에서 거듭 증언했다.

"다른 곳에 둔 건 아니냐?"는 검찰 측 질문에 "돈을 따로 둘 곳도 없었다"고 말하는 등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봉투를 바로 건넸다"고 한 기존의 진술을 바꿨다.

또 "한 전 총리와 둘만 남았을 때 돈을 줬다"던 진술을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봤는지는 모른다"로 바꾸기도 했다.

특히 그는 "검찰 조사 땐 정신이 없었다"는 말을 반복, 스스로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는가 하면, "변호사도 없이 새벽 1,2시까지 검사와 면담을 했다"면서 "검사가 무서웠고 몸이 아파 죽을 것 같아, 돈 준 사실을 얘기했다"고 말하는 등 검찰 강압수사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에 대해 검찰은 "큰 틀에서 뇌물을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이 바뀐 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한 전 총리를 기소하는데 결정적이었던 곽 전 사장의 핵심 진술이 수시로 바뀌면서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4일 와의 통화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여권에 유리한 흐름이 조성되겠지만 반대로 무죄가 선고되면 한 전 총리는 `강압수사'나 `표적수사'의 정치적 희생양으로 인식될 수 있고, 이것이 `정권심판론'의 색채를 강화시키면서 야권의 급속한 표 결집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특히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즈음해 한 전 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나와 같은 고초를 겪었을 것’이라는 말 한마디만 하면 서울 전역을 강타해 한나라당 후보들을 쓰나미처럼 휩쓸어 버리게 되느 후폭풍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겉으로는 야당에서 누가 나오든 승리할 수 있다며 자신하고 있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한명숙 대(對) 여권 대항마' 구도가 형성되면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동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경선에서 유리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못마땅해 하는 당 주류 세력이 서울시장 후보를 바꾸고 싶어도, 한 전 총리가 무죄로 나올 경우에는 가장 경쟁력이 있는 오 시장을 버리고 다른 후보로 바꿀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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