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코트디부아르행 포기, 왜?
"""러세아, 터기와의 계약에 영향을 주게 된다"" 부담감 작용한 듯"
차재호
| 2010-03-14 14:43:13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아쉬움도 크다.
거스 히딩크 감독(64)이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또 한 번의 '마법'을 부리는 대신 의리를 택한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일간지 '텔레그라프'에 기고 중인 칼럼을 통해 "코트디부아르 감독직을 맡을 경우, 러시아, 터키와의 계약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사실상 감독직 포기의 뜻을 밝혔다.
오는 7월 러시아대표팀과 계약이 만료되는 히딩크 감독은 8월 1일 터키 대표팀 감독직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그동안 축구계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새 사령탑을 찾고 있는 코트디부아르를 이끌고 남아공월드컵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
터키 이동전까지 러시아 대표팀의 A매치 일정이 없는 상황인데다, 본선에 나선 코트디부아르의 전력이 아프리카 최강으로 꼽힐 만큼 단단해 성적을 올리기도 수월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3개월이라는 준비 기간이 짧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2006독일월드컵 당시 PSV아인트호벤(네덜란드)과 호주대표팀을 번갈아 지휘하며 호주의 16강행을 이끌었던 전력이 있었던 만큼, 코트디부아르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1998프랑스월드컵부터 이어온 월드컵 연속출전 기록을 이어가기보다, 자신의 소임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히딩크 감독의 단념 이유는 부족한 본선 준비기간이 가장 컸을 것으로 보인다.
코트디부아르에는 디디에 드록바(32), 살로몬 칼루(25. 이상 첼시), 콜로 투레(29. 맨체스터시티), 바카리 코네(29. 마르세유) 등 수준급 자원들이 즐비하다.
이들이 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본선에 돌입, 체력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 특유의 전술과 투쟁력을 길러내기에 3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선수 대부분이 유럽에서 활약하는 터여서 2002한일월드컵 당시의 한국대표팀처럼 자유자재로 선수를 불러 모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실제로 발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독 선임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코트디부아르축구협회의 지원 수준도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결정의 이유가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히딩크 감독은 세 차례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한국, 호주의 축구협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월드컵을 준비했고, 두 차례의 4강(네덜란드. 한국)과 16강 진출(호주)에 성공했다.
코트디부아르의 남아공월드컵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본선 G조에서 월드컵 최다우승국(5회) 브라질과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하는 일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독일월드컵 당시에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관록의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에 연패(1-2. 1-2)하며 16강행에 실패한 예가 있다.
본선 경험이 적은 코트디부아르가 이번 월드컵에서 쉽사리 16강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을 내리기 힘든 대목이다.
맡아온 팀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한 히딩크 감독은 자칫 자신이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코트디부아르행을 선뜻 수락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밖에 2006년 취임 이후 자신을 전폭적으로 후원한 러시아 출신 재벌이자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러시아축구협회를 외면하기 힘들었다는 점, 새로 부임하는 터키에 우호적인 인상을 심으며 감독직에 오르고 싶다는 계산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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