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정치인 ‘진실게임’

명진스님, 안상수 외압 의혹 제기

고하승

| 2010-03-22 11:14:51

안 원내대표, “한마디로 황당하다”

[시민일보] 스님과 정치인 사이에서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봉은사가 조계종 직영사찰로 전환하게 된 것에 대해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며 외압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안상수 원내 대표는 ‘펄쩍’ 뛴다.

그는 "봉은사 주지 스님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슨 압력을 넣느냐"며 “한마디로 황당하다”고 말했다.

과연 스님과 정치인 중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명진 스님은 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의 외압설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전날 ‘안상수 원내대표와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 해 11월 13일 프라자호텔의 식당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는데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그 자리에 동석했던 김영국 거사라는 분이 11월 20일 쯤에 저를 찾아왔다. 스님께서 좀 조심을 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안상수 원내대표하고 자승원장하고 고흥길, 그때는 고흥길 문광위원장이 있었다는 얘기는 제가 못 들었다. 하여튼 앉아서 얘기하는데 앉자마자 강남의 부자 절에 좌파주지를 그렇게 놔두면 되겠느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스님,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그 정도로 얘기할 것 같으면 다른 곳에서도 많은 압력을 받을 것인데 스님이 말씀을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집권당에 대해서 아니면 지금 권력에 대해서 비판하는 걸 좀 삼가 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의미로 저한테 와서 충고한 거다. 그래서 알았다, 내가 너무 날선 비판을 해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가보다 하고 무심하게 넘겼다. 그리고 난 다음에 30일 날 자승원장이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해서 약속을 했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승원장과)저녁을 하는 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제가 권력으로부터 좀 압박을 받는 건가요? 내가 그러니까 안상수 원내대표가 ‘좌파주지’ 운운했다 소리를 그렇게 했다.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은 좌파 좌파 하는데 내가 왜 좌파인가 모르겠다, (안상수는)징집영장이 나오면 이리저리 도망 다니면서 피해가지고 결국은 고령으로 군대를 안 갔다. 그런데 나는 우리 아버지도 육군병장으로 제대하셨고 저도 육군병장으로 제대했고 군 복무 중에는 제가 맹호부대로 월남까지 갔다 왔다. 그리고 내 동생은 스무 살에 해군에 자원입대해서 훈련 받던 중에 순직을 해서 지금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혀 있는데 내가 왜 좌파냐, 그 사람 컵에 든 물이라도 끼얹어주지, 그런 말을 원장이 듣고 앉아 있느냐면서 웃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고 난 뒤에 갑자기 봉은사를 직영을 하겠다는 거다. 이게 입안한 사람이 없다. 종무원들도 전부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거다”라고 거듭 외압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직영을 지금 해야 될 이유가 없다. 봉은사가 잘 못 했거나 신도가 줄어들거나 이러면 모르는데 제가 와서 80억대였던 예산이 지금 130억대가 됐다. 조계종의 어느 사찰도 그렇게 신도가 늘어나거나 예산이 늘어난 절이 없다. 그런 절을 만약 직영으로 했을 경우에는 제가 여기를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자신을 사찰에서 내보내기위한 수단으로 직영으로 전환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자승 총무원장에게 왜 이렇게 결정했느냐 물어보니까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저한테 직접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귀신이 씐 거요?’ 그러니까 ‘아마 그때 귀신이 씌었나 봅니다’ 이렇게 얘기할 정도면 이건 외부의 압력이 아니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지접했다.

특히 명진스님은 “조계종에서 승려생활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이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보수대논객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명진스님을 거들고 나섰다.

그는 같은 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들은 일이 있다 . 저는 작년 11월에 명진 스님을 두 번 뵈었다. 처음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국민소송단을 구성하는데 고문으로 참여해 주십사 하고 저 혼자 부탁드리러 갔었는데, 흔쾌하게 동의해 주셨다. 두 번째는 11월 23일 아침에 다른 교수와 함께 뵈었다. 당시 4대강 소장 제출을 앞두고 경과를 보고 드리기 위해 찾아 뵌 것이다. 당시 명진 스님께선 4대강 사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그러셨고, 이명박 정권은 도대체 체면과 염치가 없다, ‘후안무치 정권’이다, 그런 말씀을 하셨다. 특히 툭하면 좌파로 몰아붙이는 행태가 아주 나쁘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제가 명진 스님에게 들은 얘기”라며 “안상수 원내대표가 어느 자리에서 강남 한복판에 있는 봉은사 주지가 좌파를 하고 있다고 이렇게 스님을 비난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하시면서, 자기는 굉장히 기가 막히다 그래서 그런 말에 대해서 ‘안상수 대표는 병역도 안 한 사람이고 나는 맹호부대원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는데 도무지 누가 더 좌파냐’고 말씀하셨다. 스님하고 우리는 그런 말을 나누면서 가볍게 웃었다. 이것이 나중에 이렇게 심각한 진실게임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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