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친박연합은 ‘앙꼬 없는 찐빵’
고하승
| 2010-03-31 15:22:55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라는 야릇한 이름의 정당이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그건 코미디였다.
그러나 친박연대의 창당을 비웃고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히려 수많은 국민들은 친박연대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이를 바탕으로 친박연대는 당시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이어 ‘원내 의석 3당’의 위치에 올라서는 기적을 연출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나름대로 창당에 대의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당시 한나라당을 장악한 친이계는 공천과정에서 ‘친박 대학살’이라는 무자비한 칼날을 휘둘렀다. 그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분노했고, 급기야 한나라당 공천자보다 낙천 친박 인사들이 더욱 지지를 받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자 그들 낙천 친박 인사들의 원내 진입을 위해 친박연대라는 비극적인 정당이 만들어진 것이다.
친박연대 창당의 목적은 오직 하나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말처럼 ‘살아서 한나라당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즉 친이계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금배지를 달고, 당당하게 한나라당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결국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이미 홍사덕 의원 등 친박연대 지역구 출신 의원 5명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시 서청원 대표가 “먼저 갈 사람은 먼저 보내고 법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그 문제를 해결한 후 복당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정상”이라며 완강하게 반대해 한나라당으로 돌아 갈수 없었다.
그런데 서 대표가 마음을 바꿨다.
서 대표는 최근 ‘옥중서신’ 형태로 한나라당과의 무조건 합당을 선언했다. 즉 ‘살아서 돌아오라’는 박 전 대표의 말에 따라, 그들이 한나라당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특히 6.2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의 반발이 심각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를 빌미로 ‘친박연합’(가칭)이라는 황당한 이름의 정당이 탄생한다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실제 지난 26일 선진한국당이 중앙선관위에 '친박연합'으로 당명 변경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나마 친박연대는 창당 명분이라도 있지만, 여기에는 아무 명분도 없다.
즉 친박연대의 창당에는 박심(朴心, 박근혜 마음)이 있었지만, 친박연합에는 그게 없다는 말이다.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이런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을 악용해 그의 뜻과 상관없이, 자기들 멋대로 ‘박근혜’라는 이름을 팔아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친박연합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 가운데 과거 '한미준'(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모임) 관계자가 끼어 있다는 사실은 이같은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한미준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건 전 총리지지를 표방하면서, 마치 거기에 고 전 총리가 힘을 실어 주는 것처럼 행세한 바 있다.
그런데도 고 전 총리는 상당기간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자신을 지지한다는 데 굳이 ‘나와 상관없다’고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자신의 이름으로 한미준이 지방선거에 참여했다가 대패하면, 자신의 이미지가 추락할 것을 우려해 결국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당시 필자가 고 전 총리 측에 확인했을 때 한미준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단체라고 분명하게 밝혔었다.
어쩌면 지금도 비슷한 상황일지 모른다.
그래서 걱정이다.
친박연합이 ‘박근혜’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지방선거에 참여했다가 참패할 경우, 박 전 대표의 이미지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기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친박연합에는 ‘박심’이 없다. 박심이 없는 친박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친박연합 측은 괜히 박 전 대표를 욕보이지 말고, 코미디 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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