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에 朴心은 無心
한나라 지원유세 없고...자칭 ‘친박신당’엔 선긋기
고하승
| 2010-04-11 13:00:13
[시민일보] 6.2 지방선거가 불과 50여일을 남겨 둔 시점에서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항상 한나라당 친이계의 노골적인 ‘러브콜’이 이어지듯, 이번에도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단호하다.
실제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말 라디오에 출연,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지원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고 말했고, 정병국 사무총장의 경우는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지원을 희망하면서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구애를 보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선거 지원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난번에 다 말씀드렸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선거는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치러야 한다”며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불개입 입장을 분명히 해 왔기 때문에, 이번 역시 같은 길을 가겠다는 의사표현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박심(朴心, 박근혜 마음)이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한나라당 밖에서도 박심은 없다.
지금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라는 명품 브랜드를 앞세워 유사한 ‘짝퉁 친박 신당’ 창당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이들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실제 박 전 대표 지지자 중 일부 세력은 최근 박 전 대표의 사촌오빠인 박준홍 전 축구협회장 등을 중심으로 ‘친박연합’이라는 신당을 만들었다.
박 전 회장과 과거 고건 전 총리를 지지했던 '한미준'(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관계자들은 기존에 결성했던 선진한국당 조직을 재정비해 '친박연합'이라는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며 최근 중앙선관위에 당명 변경을 신청, 이미 새 당명이 등록된 상태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그 당(친박연합)은 저와 관계없는 당"이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래희망연대에서 활동하던 이규택 대표와 석종현 전 정책위의장 등이 ‘미래연합’이라는 신당을 만들었다.
이들은 ‘친박연합’이 비난 받았던 사실을 의식해 아예 자진해서 “창당과정에 박심은 없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과거 친박 네티즌 모임을 만들었다가 해체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박사랑당’을 만들겠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그러나 이들 정당 모두 박 전 대표의 의중과는 전혀 관계없는 자칭 ‘친박당’들이어서 파괴력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한 친박계 의원은 “친박연합이든 미래연합이든 대박사랑당이든 뭐든 친박을 앞세우는 것은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이름을 팔아 한 자리 차지해보겠다는 술수”라며 “박 전 대표가 이미 미래희망연대로 인해 적잖은 정치적 부담감을 지고 왔었는데, 이제 또 다시 자신의 이름에 기댄 정당이 출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후죽순격 신당 창당 조짐은 박 전 대표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지방선거에 대한 '불개입'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자신의 이름에 기댄 정당이나 친박을 주장하는 정당이 후보를 내고 선거활동을 하는 것이 미칠 여파도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박 전대표의 이미지만 추락시킬까봐 걱정”이라며 “이들의 이전투구 모습이 더 역겹다”고 비난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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