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만인보’ 24년만에 완간
총 30권… 5600명 다양한 삶 노래한 연작시
차재호
| 2010-04-11 15:24:13
시인 고은(77)의 ‘만인보’가 30권으로 완간됐다. 1986년 봄 1, 2, 3권이 나온 지 24년 만이다.
시로 쓴 인물사전으로 통하는 만인보는 사람만을 노래한 연작시다. 시인이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 만난 특정 인물들을 실명으로 다루고 있다.
작품 수는 4001편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민족의 다양한 인물을 아우른다. 조연급 정도만 포함해도 등장인물이 5600여명에 이른다.
고은(사진)은 시를 통해 자신이 만난 수많은 사람들, 사료ㆍ자료속에 남아있는 역사적 인물들과 이름없는 필부등 수많은 이간 군상을 거침없는 필치로 그려낸다.
고씨는 1980년 내란음모와 계엄법 위반으로 육군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만인보를 구상했다. 27~30권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다수 수록됐다.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의 죽음을 다룬 ‘봉하 낙화암’ 등도 담겼다.
앞서 출간한 만인보 1~3권(1986)과 4~6권(1988) 그리고 7~9권(1989)은 시인이 어린 시절 만난 가난하지만 정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10~12권(1996)과 13~15권(1997)은 주로 1970년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결을 포착했다. 16~20권(2004)은 식민지 시대와 6·25 동란에 휩쓸린 이들의 삶을 살폈으며 21~23권(2006)은 1960년 4·19 혁명기를 살아낸 인간 군상을 펼쳤다.
24~26권(2007)은 신라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교와 고승들의 면면을 다뤘다.
193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고씨는 18세에 출가, 수도생활 도중 주변 시인들의 천거로 1958년 ‘현대시’ 등에 ‘폐결핵’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1960년 시집 ‘피안감성’을 시작으로 ‘문의 마을에 가서’, ‘백두산’ 등을 냈다.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스웨덴 시카다상 등을 받았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하버드 옌칭연구소 특별연구교수 등을 거쳤으며 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와 단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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