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청춘들과 ‘찬란한 열병’ 나누고 싶었다”

일곱번째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출간

차재호

| 2010-05-19 19:25:35

“청춘은 찬란한 열병같은 거라 생각합니다.”

일곱번째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펴낸 소설가 신경숙(47)은 18일 “아름답고 발랄한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질투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찬탄도 한다”며 밝게 웃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비극적인 시대 상황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네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성장소설이면서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중세 서양 전설의 성인 ‘크리스토프’처럼 자신의 삶과 동료의 죽음, 심지어 공동체의 운명을 짊어지려 한 청춘인 ‘윤’과 ‘단’, ‘미루’, ‘명서’가 사랑의 기쁨 만큼이나 큰 상실의 아픔을 겪는 과정을 그린다.

크리스토프는 삿대 하나만 지닌 채 강물이 아무리 불어나도 그 삿대로 강물을 헤쳐 나가며 사람들을 강 저편으로 건네주는 일을 하던 성인이다. 어느 날 강물이 범람한 상태에서 무거운 아이를 데리고 강을 건너다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크리스토프는 그 아이가 예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세상 전체를 짊어지고 강을 건넜던 것이다.

신씨는 “군사독재 등 내가 20대 때 겪었던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풀릴 것으로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지금의 청춘들도 우리 때와 마찬가지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갈등 속에 살아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청춘이 혼돈과 방황으로 점철돼 있는 것은 시대가 달라져도 영원히 지속될 부분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20대 때 수많은 고민들을 녹여냈다. “내가 겪었던 시간과 현대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시간이 겹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청춘이라는 시간을 통과해오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바랐다. 특히, 이 땅에 살고 있는 20년 전의 젊은 사람이나 20년 후의 젊은이들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원했다. “소설을 통해 치유를 받거나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성장이라는 게 고통스럽지만 고귀한 일 같다”는 믿음이다.

“라디오나 친구들에게 들은 재미난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잘 녹아들어가기를 바라면서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런 부분들이 좌절에 빠져있는 청춘들의 마음에 가닿아서 생기를 불어넣어줬으면 했다”면서 “근데, 잘 소화한 줄은 모르겠다”며 미소 지었다.

시위가 빈번히 일어나는 등 소설 속 배경은 마치 1980년대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작품에서 시대 상황이 파악되지 않도록 글을 썼다”고 부인했다. 당시 일어났던 일들이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신씨는 무엇보다 현재 한국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일본 소설에서 사랑의 열병과 성장통에 대한 답을 찾는 것 같아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한국어를 쓰는 작가로서 우리말로 쓰인 아름답고 품격 있는 청춘소설이 있었으면 했다”고 털어놓았다.

소설의 제목은 시인 최승자(58)의 시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따온 것이다. “전화벨 소리는 소통을 노크하는 상징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알렸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온라인서점 알라딘에 연재한 소설이다. 이후 약 5개월 동안 수십 번의 퇴고 과정을 거쳤고 최종 원고만 네 번이나 만들었다.

2008년 11월 출간 이후 120만부 이상 팔린 ‘엄마를 부탁해’ 바로 다음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어떤 파문은 끝까지 갔다 되돌아오고 어떤 파문은 잠깐 퍼지다 만다”며 “할 수 있는 것은 남김없이 다 했는데 어떤 파문이 생길지는 모르겠다”는 심정이다. “ 소설의 마침표는 독자가 찍는 거라 생각한다.”
380쪽, 1만1500원, 문학동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