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오페라' 관객들 유혹

문화 소외계층 방문ㆍ해설 곁들인 공연

전용혁 기자

| 2010-05-25 14:45:42

[시민일보] 서울시가 어렵고 낯선 장르라는 오페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 ‘오페라 대중화’에 발벗고 나섰다.

서울시 오페라단은 대중들이 가까운 곳에서 오페라의 묘미를 즐기도록 하기 위해 거리에서 공연을 하거나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관객들과 더욱 가까이 다가설 예정이다.

시 오페라단의 대중화 노력은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장기기획 공연을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 점과 바쁜 일상 속에서 공연을 접하기 힘든 문화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는 점, 길거리에서 무료로 오페라 공연을 선보인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사람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페라 부파작품을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는 것과 해설이 있는 오페라, 3층 대극장 객석 스크린 설치 등을 통해 친절한 오페라를 선보였던 점을 들 수 있다.

시 오페라단은 그동안 회당 유료관객이 평균 500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난 2006년 박세원 단장이 부임한 이후 유료관객이 이전보다 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박세원 단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에 걸쳐 베르디 오페라 중 다섯 작품을 선정해 무대에 올리는 ‘베르디 빅5’ 시리즈를 기획했다.

국내 최초로 한 작곡가의 작품만을 선정해 장기간에 걸쳐 무대에 올리는 ‘베르디 빅5’를 기획할 당시 국내 오페라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다소 무무한 도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시 오페라단 ‘베르디 빅5’의 총 관객수 5만7128명 중 4만2359명이 유료관객이고, 유료관람객이 전체 관람객 중 74.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시 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의 회당 유료관객은 501명인데 비해 2008년 ‘라 트라비아타’의 회당 유료관객은 2053명으로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파크ENT에서 발표한 티켓판매 집계 중 클래식 부문 흥행순위에서 서울시 오페라단은 2007년 가면무도회로 2위, 2008년 라트라비아타 3위, 돈카를로 5위를 기록했다.

상위 10위권에 오른 단체 중에서 국ㆍ공립예술단체로는 서울시 오페라단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오페라단의 ‘베르디 빅5’가 흥행에 성공한 요인은 ‘장기기획 공연’, ‘대중 속으로 뛰어든 오페라’, ‘관객과 가까운 소극장 오페라’, ‘초심자도 쉽게 접하는 오페라’, 등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 오페라단의 ‘베르디 빅5’는 국내 최초로 한 작곡가의 작품을 3년 동안 올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대중성, 작품성을 기준으로 5개 작품을 선정해 무대에 올림으로써 관객들은 이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의 오페라를 만나게 됐다.

장기기획으로 오페라의 주요 배역들도 2~3년 전에 정해졌고 이로 인해 작품제작 과정에서도 준비와 연습시간이 충분해 작품성을 높였다.

시 오페라단은 ‘베르디 빅5’ 작품들을 베르디가 작곡한 원작에 충실한 연출로 제작했다.

이에 따라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베르디 원작 그대로의 배경과 음악, 시대에 맞도록 고중한 무대세트 등으로 재현한 정통 오페라공연이 일관성 있게 지속돼 관객들은 시 오페라단의 작품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고 관람 작품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잠재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으로 시는 서울시내 고등학교와 구청 등을 찾아가 오페라 공연을 선보이는 ‘함께해요 나눔예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오페라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먼저 시 오페라단에서는 안내 책자를 만화로 제작해 직접 공연을 하기 위해 찾아간 관객들에게 배포했다.

학교와 구민회관 강당이라는 열악한 무대 조건이지만 시 오페라단은 효과적으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무대세트와 정식 오페라의 격식을 갖춘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를 맡도록 했다.

국내 최초로 한 작곡가의 작품만을 선정해 장기간에 무대에 올린 ‘베르디 빅5’는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작품들에도 관객들이 몰려 오페라의 저변을 넓힌 계기가 됐다.

북서울 꿈의 숲, 구민회관 등을 찾아가는 ‘함께해요 나눔예술’ 공연과 함께 이달 25~26일에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코믹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진행하고 내달 7~11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세종별밤축제’ 프로그램에서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등 오페라 하이라이트 공연을 클래식 전문 해설가의 쉽고 재밌는 해설을 통해 관객과 더욱 가까이 다가갈 계획이다.

시 오페라단의 공연 특징은 대극장에서는 주로 스케일이 크고 드라마틱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다면 세종 M씨어터에서는 아기자기하고 코믹한 내용의 오페라 부파를 주로 선보이는 것이다.

소극장의 오페라에 대해 관객들은 무대와 객석이 아까워 성악가들의 노래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표정연기까지 세밀하게 볼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극장 3층 객석을 위해 천장에서 내려오는 300인치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대형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무대장면이 영상화돼 관객들은 배우들의 표정까지도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됐으며 3층 객석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거나 오페라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관객들을 위해 시 오페라단은 서곡 연주 전에 작품내용과 원작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물을 상영한다.

오페라 작품의 배경이 되는 유럽으로 촬영전문가와 장일범, 유형종 등 유명 오페라칼럼니스트를 직접 보내 제작한 작품설명 영상물을 통해 관객들은 사전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한편 지난 2008년 12월 시 오페라단의 작품이 이탈리아에 수출됐다.

우리나라 출신의 성악가들이 유럽무대에서 공연한 사례는 많았지만, 출연진 뿐 아니라 연출ㆍ무대장치 등 작품 전체가 통째로 수출되기는 처음이다.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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