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쉐이크’ 공포물 아닌 판타지 심리극”
김지용 감독, 시사회서 밝혀
차재호
| 2010-05-27 18:01:58
“‘블러디 쉐이크’는 공포영화가 아닌 판타지 심리극입니다.”
영화 ‘블러디 쉐이크’를 연출한 김지용 감독(사진)은 서울 압구정 씨네시티에서 26일 열린 시사회에서 “편집할 때부터 어떤 장르로 구분을 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며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판타지적으로 묘사한 만큼 새로운 장르의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블러디 쉐이크’는 등장인물 7명의 이야기가 뒤엉키며 극이 전개된다. 기괴하고 잔혹한 장면이 다수 삽입됐지만, 동화적인 연출도 녹아있는 작품으로 판타지 심리드라마를 표방한다.
정신연령이 5세인 삼촌과 같이 사는 시각장애인 수경을 중심으로 소매치기 찬우, 인쇄소에서 일하는 신사, 정육점 주인 지니, 재즈가수 루피, 샐러리맨 만호, 신부 등의 이야기가 곁가지처럼 퍼진다.
다중경화증이라는 병으로 시력을 잃은 수경에게 삼촌은 온전하지 않지만,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다. 이런 그녀를 찬우와 신사는 짝사랑한다. 수경과 찬우는 친구가 되려 하지만, 어릴 적 상처에다 결벽증까지 있는 신사는 수경에게 병적으로 집착한다.
김 감독은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담을 쌓고 살아가고 있다”며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알렸다. “올바른 소통이 아닌 해바라기 같은 일방적인 사랑으로 생기는 소통의 부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면서 꽃집을 운영하는 수경을 연기한 전혜진(22)은 “꽃을 보지 않은 채 꽃다발을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면서도 “시각장애인을 너무 현실감 없이 과장되지 않도록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사와 신부, 1인2역인 김도형은 “신사와 신부 둘 다 비틀린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김도형에게 두 가지 캐릭터를 맡겼다. “캐릭터가 중복되기도 했지만, 우리 속에 있는 다중인격을 같은 배우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루피 박선애는 1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했다. 노출 장면도 많은 만큼 부담스러웠을 법도 하다. 박선애는 “사랑을 받고자 하면서도 정작 사랑에서 도망치는 캐릭터”라며 “참 나랑 닮은 인물인 것 같아 노출은 문제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박선애가 베드신 장면을 아홉 시간 정도 촬영한 날이 있는데 촬영을 마치고 내게 ‘나쁜 사람’이라고 한마디만 던지고 가더라”며 웃었다.
‘블러디 쉐이크’는 지난해 부천 판타스틱국제영화제, 영국 필름스톡 국제영화제 등에 잇따라 초청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7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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