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당락, 구청장 판세에 달렸다
"국민 65% ""6.2 지방선거, 정권 심판론 공감""…혼전 지역 많아 與도 안심 못해"
고하승
| 2010-05-31 17:53:50
[시민일보] 6.2 지방선거에서 누가 서울시장에 당선될까?
일단 31일 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시장 승패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구청장 선거가 예전처럼 한나라당 싹쓸이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sbs가 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라는데 무려 65%가 공감(매우 공감 29.4%, 대체로 공감 35.6%)했다.
특히 SBS가 지난 26일 ARS 방식보다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패널면접 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39.7%대 34.7%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 승패는 25개 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서울시 25개 구청장선거 판세를 분석하면 상당수 지역에서 혼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통으로 접전이라고 꼽은 지역만 해도 7개 구에 달한다.
한나라당은 최근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12곳을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를 포함해 영등포, 중랑, 성북, 성동, 노원, 구로, 용산, 종로, 강서구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것.
반면 민주당은 금천, 동대문, 마포, 강북, 동작, 도봉, 강동, 관악구 등 8개구를 우세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구 양천 광진 은평 서대문 등 5개 구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이들 5개 접전 지역의 승패가 서울시장의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구 양천 광진구는 현역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 한 지역이어서 그들의 득표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구= 한나라당 후보인 황현탁 전 공보처 국장과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일 현 구청장, 이학봉 전 코레일유통 대표, 민주당 후보로 나선 박형상 변호사, 의사 출신의 김길원 평화민주당 후보 등이 5파전을 벌이고 있다.
황 후보는 중구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남산 고도제한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출산양육지원 예산 두 배 증액·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 보육정책을 쏟아냈다.
민주당 박 후보는 구립 어린이집 확충·지원. 야간보육에 대한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고 각동별로 24시간 보육시설을 지정·운영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일 잘하는 구청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 후보는 영어교육특구에 걸맞은 국제중학교를 유치하는 등 교육 1번지로 우뚝 서게 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무소속 이 후보는 ‘무보수 구청장’ 구호를 내걸었고, 평화민주당 김 후보는 “생애 마지막 봉사”를 강조하고 있다.
◇양천= 양천구는 3선에 도전하는 추재엽 후보가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워 초반 대세론을 구축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권택상 후보, 민주당에서 이제학 후보가 각각 도전장을 내밀면서 막판으로 갈수록 세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어 당락을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권 후보는 “도덕성, 청렴성은 특히 현직 구청장과 대비해 볼 때 절대 우위에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맞서 이 후보는 “어느 날 선거를 위해 뚝 떨어진 낙하산이 아닌 여러분의 이웃으로 함께 지내 온 저는 준비된 구청장 후보”라고 강조했다.
추 후보는 “당에 소속되지 않은 구청장이어야 정당의 이익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광진= 광진구에서는 ‘유일한 광진구민’이라는 한나라당 구혜영 후보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광진구에서 부구청장을 지낸 민주당 김기동 후보, 현 구청장인 무소속 정송학 후보가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구 후보는 선거 초반 ‘전략 공천’ 문제로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지만, 점차 ‘여당 후보’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맞서 김 후보는 “한나라당처럼 전략공천을 한 것이 아니라 시민 여론조사 50%, 당원 50% 반영한 경선에서 선출됐기 때문에 사전 검증을 받은 후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 후보는 “당선되면 계획을 중단없이 추진해 천호대로·군자역 지구, 구의자양촉진지구, 중곡역지구 3개를 집중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은평= 서울 은평구청장 선거는 한나라당과 야권 단일 후보를 성사시킨 민주당이 팽팽한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도백 후보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지역구 당원협의회 수석부위원장 출신으로 이재오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민주당 김우영 후보는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의 보좌관을 지냈고, 현재 노무현 재단의 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친노’ 후보다.
김 후보는 특히 지난 28일 창조한국당 황홍연 후보와 단일화를 합의, 서울지역에서 8번째로 야권단일화에 성공했다.
◇서대문= 공천을 둘러싼 여당 내 친이ㆍ친박계 간 다툼이 치열했던 서대문구는 한나라당에선 이해돈 후보가, 민주당에선 문석진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다.
이 후보는 “제가 구청장 후보자로서 가진 장점은 시행착오가 없이 즉시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라는 점과 서대문지역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개방 공공관리제 모범 사례’를 약속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투명성이 저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6.2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여론조사 신뢰도= 일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로 한나라당 구청장 후보들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이 같은 결과를 어느 정도 믿어야 하느냐 하는 점이 관건이다.
일단 지금 각 언론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10% 이하인 것이 태반이다. 외국의 경우 이런 여론조사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냥 발표해 버린다. 응답률이 낮으면 모 집단과 표본 집단과의 차이가 커져 정확한 여론을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 즉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실시된 각종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여론조사와 득표율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경기도 수원장안의 경우 처음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민주당 이찬열 후보를 무려 2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가 여론조사 발표 마지막 시점에는 두 후보간 격차가 좁혀져 박 후보가 7~8%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민주당 이 후보가 8%나 앞섰다. 결국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은 15% 정도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인천 부평의 경우는 그 격차가 더욱 심해, 여론조사 결과와 득표율 차이가 무려 20% 가까이나 됐다.
경남 양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가 민주당 송인배 후보보다 두 배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후보간 격차는 고작 2~3% 정도에 불과했다. 박 후보가 가까스로 이겼던 것이다.
◇유선전화 모집표본의 한계= 최근 모바일 폰이 많이 보급되면서 기존 유선전화 사용 환경이 많이 변했다. 유선전화는 대체로 가정주부나 자영업자, 노년층에서 주로 많이 사용하는 반면, 모바일 폰은 직장인이나 청년 층 등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유선전화 사용자인 가정주부와 노년층은 대체로 여당 지지성향이 강한 반면, 모바일 폰 사용자인 직장인과 청년 층은 야당 지지성향이 비교적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유선전화를 모집 표본으로 하는 ARS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는 당연히 여당 지지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여당 프리미엄이 최소 10%는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속내를 감추는 무응답층= 요즘 인터넷에서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글을 올려 기소된 네티즌들이 증가하면서 속내를 감추는 유권자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는 유권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지만, 요즘처럼 사회분위기가 억압적인 상황에서는 야당 혹은 무소속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밝히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응답층이 10%~2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들의 선택이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투표율.연령층이 주요 변수= 일단 투표율이 40% 미만으로 아주 저조하면, 고정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무소속 후보들이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40%대를 넘어 50%대가 되면 여당 후보들이 유리해 진다. 하지만 50% 이상의 투표율이 될 경우에는 민주당 등 야당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 50대 이상의 노년층의 투표율이 높으면 여당이 20~30대 등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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