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당선자에게 듣는다<서울 도봉구>
"이동진 도봉구청장 당선자, “지방자치 근간 훼손 막게 주민참여예산제 실시"""
고하승
| 2010-06-10 14:52:10
"민선지방자치에 걸맞는 방향 쇄신
구정에 주민들 참여토록 통로 확대
도봉산, 區가 가지고 있는 큰 자산
문화관광특구 지정위해 노력할 것"
이동진(민주당) 서울 도봉구청장 당선자는 6.2 지방선거의 승리에 대해 “개인의 승리라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민심의 승리”라고 규정했다.
이 당선자는 “그것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21개 지역을 석권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번 승리 요인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의 8년 재임기간 도봉구 정체를 가중시켰고 이에 대한 도봉구민의 변화 욕구가 작용했다. 특히 야권 후보단일화 성공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 “작년 연말부터 반(反) 한나라당 연대가 필요하다는 공감 하에 민주진보연석회의 틀을 유지하는 지역내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며 “도봉구 자체적으로 단일화를 논의해왔고 저도 그 연대의 틀에 민주당 대표로 참여해 왔던 후보 단일화 과정은 연대 틀의 논의의 연속선상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국민참여당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그리고 시민단체가 모두 함께 참여한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인수위 구성을 하는 과정에서부터 야권 연대를 진행해왔던 각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고 이후 구정 기본 방향도 협의할 생각”이라며 “야권 연석회의과정에서 준비한 공동공약이 내 공약에 상당히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 운영 계획에 대해 “인수위 구성주체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교수를 포함한 각계 전문가 그룹으로 이뤄졌고, 인수위원장은 최광웅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으로 경선 당시 경쟁구도에 있던 분”이라고 소개한 후 “8일 첫 미팅을 하고, 9일부터 구청 각 국별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구체적 활동을 시작했다. 8년 만에 지방권력이 교체되면서 새 당선자에 대한 구민들의 기대감이 상당히 높다. 인수위에 참여하고자 하는 당 내부의 욕구도 많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배려보다는 실제 지난 8년에 대한 구정평가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후 구정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무적 진용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주민참여자치’를 꼽았다.
그는 “지난 8년간 지방자치 근간이 많이 훼손됐다. 기본적으로 주민 참여가 배제됐고 관선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이제는 민선지방자치에 걸 맞는 방향으로 쇄신을 할 필요가 있다. 주민이 구정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통로를 대폭 확대하고 특히 주민참여 예산제를 실질화시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각 정당과 시민단체를 포함한 모든 세력들이 구정운영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가칭 구정발전협의회를 구성해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해 “현재 경전철이 우이동까지만 공사가 진행돼 있다. 방학동까지 연장되게 되어 있는데 도봉구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 구간의 조기 착공을 위해 노력하겠다. 또 도봉동 지하변전소도 문제다. 불법적인 허가 과정을 통해서 허가됐는데 이를 주민과 함께 해결해야 한다. 동부간선도로 확장구간을 지하화하는 문제도 있다. 도봉구민 입장에서는 통과도로라도 주변교통이 심각하게 혼잡해질 우려가 있고 실제 교통영향 평가에서 ‘F’를 받을 만큼 설계변경이나 중단이 요구되는데도 그냥 진행한 점 등은 수정할 여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당선자는 도봉산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도봉산은 도봉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이다. 천혜의 자원인 도봉산이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개발 전망을 시급하게 수립하겠다. 그 일환으로 도봉산 중심으로 하는 문화관광 특구 지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당선자는 공무원들의 ‘줄서기’ 행태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철마다 줄서기 해왔던 공무원사회의 관행은 분명 잘못됐다. 엄정한 중립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적절치 못하다. 취임하게 되면 명백히 공무원 중립의무를 위반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거기에 합당한 평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다”며 “이는 살생부라는 개념과는 차원이 다르다. 살생부는 ‘누구를 지지했느냐’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지만 저는 ‘법으로 규정된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배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것이 보복 차원으로 비춰져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다시는 이렇게 공무원 사회가 선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와 연관해서 선거철에 움직이는 관행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취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디자인 서울이라는 외형적 변화에 치중해왔던 시정방향을 복지 분야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복지분야에 대한 투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관행처럼 되어 있던 독단적 행정, 관료적 행정을 주민중심의 행정스타일로 바꾸어 나가겠다”며 “취임식 자체도 실내에서 직능단체나 통반장 위주로 하던 관행에서 탈피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스타일로 야외에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어떤 평가를 듣는 구청장이 되고 싶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주민들에게 겸손한 구청장,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를 먼저 배려하는 이런 구청장, 깨끗하고 바른 구청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이동진, 그는 누구인가?
“오매 오진 거, 이 뜻을 알아요?”
인터뷰 도중 이 당선자가 기자에게 불쑥 던진 질문이다.
알고 보니 ‘오매 오진 거’는 선거가 끝나서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주민이 뛸 듯이 반가워하며 당선자를 향해 외친 소리였다.
정확한 의미를 살피자면 ‘건져 올린 그물에 물고기가 그득할 때의 뿌듯함을 표현한 감탄사’ 정도가 되겠다.
이 당선자는 그 때 주민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변화를 갈망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며 그 바람과 염원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유난히 주민과 함께 하는 ‘주민자치’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민의 자치역량을 최대한 구정에 반영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민관협치’ 개념의 구정운영 계획도 거침없이 풀어냈다.
이 때 만큼은 ‘느리고 무디다’는 평소 평가와 어울리지 않은 민첩함이 느껴졌다.
그는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비록 더디더라도 주민들과 함께 가기를 바랬다.
그의 그러한 성정들이 감정의 사전 조율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거라는 그의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주민 설득에 있어서도 빛을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학생·노동·민주화 운동의 키워드로 설명되는 그의 지난날은 개인의 이해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더 충실했던 인고의 시간이었다.
좀처럼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자신을 지켜오긴 했지만 가족들의 남모를 눈물은 불가피했다는 데 미안함을 드러냈다.
비로소 안착지를 찾은 그의 오랜 가치가 도봉 주민들에게 어떤 형태로 다가가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듯 하다.
이 당선자의 이런 모습들은 주민들에게 듬직함으로 다가 오는 것 같다.
그가 꿈꾸는 주민자치, ‘민관협치’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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