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한나라 분당론 ‘솔솔’

고하승

| 2010-07-13 15:12:55

편집국장 고하승

이전투구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쓰리고 아프다.

현재 한나라당 전대는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등 거물급 당권주자들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마이너리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도토리 키 재기’라는 말이다.

따라서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든지 ‘말발’이 먹혀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상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토리만한 당 대표가 무슨 힘을 쓸 수 있겠는가. 실제 당 대표는 대통령의 의중을 당에 전달하는 역할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도 전대 출마자들은 그런 허수아비 당 대표라도 한번 해보겠다고 난리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저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불나방을 연상케 한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후보들의 면면을 한번 살펴보자.

먼저 안상수 후보.

참으로 가관인 사람이다.

홍준표 후보는 “안상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한나라당이 병역기피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실제 그는 10여년 이상 도망 다니다가 32살이 넘어서 고령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검찰에 고발됐으나 공소시효가 지나서 그는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럼 홍 후보는 어떤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한나라당에게 이명박 정권의 독선을 견제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그렇다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당헌당규를 더욱 철저히 이행하도록 해야 할 텐데, 그는 오히려 대통령을 상임고문으로 모시자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 이는 전적으로 친이 대의원들의 표를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정두언-나경원 후보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두언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략기획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사람이다. 당연히 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뒤로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당 대표가 되어 보겠다고 출마한 것도 역겹거니와, 내부 권력투쟁을 벌이는 모습은 토악질이 날 정도다.

나경원 후보는 어떤가. 그는 이른바 ‘오더 출마’ 논란에 휩싸인 사람이다.

즉 누군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그에게 나가라고 종용했고, 그래서 출마했다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당대표는커녕, 최고위원 조차 되어서는 안 되는 자격미달자다.

따라서 14일 전대에서 이들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하는 결과가 나타날 경우, 한나라당은 그 날로 끝장이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들이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오죽하면 당내에서 분당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겠는가.

실제 권영세 의원은 13일 이전투구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당대회 모습을 지켜보면서 분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권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에 영 눈살 찌푸릴 정도로 서로 폭로, 비방, 이런 모습들이 나와서 굉장히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한탄하면서 “지금 벌어지는 모습은 아무리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좀 심한 모습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한다. 이런 부분이 주류뿐만 아니라 친이-친박과도 연결이 돼서 투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 가운데에서 개헌문제라든지 앞으로 여러 가지 이슈들이 벌어지고 또 대통령 경선이 시작되고 이렇게 된다면 얼마든지 더욱더 증폭되고 더욱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얼마든지 어떤 형태라고 예측하긴 어렵겠지만 분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보수대논객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는 이날 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로 게임의 양상은 마피아 패밀리간의 사생결단을 방불케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한나라당을 과연 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정권을 재창출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한테 이명박 대통령과 손을 잡고 정권을 재창출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레이건에게 닉슨과 손잡고 워터게이트의 책임을 승계하라고 주문하는 형상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은 ‘MB와의 결별 플러스 알파’”라고 분당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MB 정권은 이미 ‘실패한 정권’이기 때문에 차기 정권은 야권으로 가는 것이 순리이지만, 박 전 대표가 MB와 거리를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쯤 되면 이제 박 전 대표도 분당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 전 대표가 친박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허태열 의원을 강력하게 제지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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