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분권형 개헌 최대의제 되나

친이, 안상수 대표 ‘이원집정부제’ 추진

고하승

| 2010-07-18 13:29:55

친박, 미국식 ‘4년 대통령 중임제’ 선호
민주, 당론은 중임제지만...변화 가능성


[시민일보] 17일 제62회 제헌절을 맞아 분권형 개헌 논의가 정치권 화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경축사를 통해 "최근 헌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여야 각 정당이 힘을 합쳐 개헌논의를 국회로 가져오면 논의의 장을 만들어 열심히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대표 취임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 대통령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면서 "금년 안에 논의를 통해 한계에 이른 대통령제를 개헌해야 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 대표는 외교, 국방, 통상 등 국가의 대외 업무는 대통령이, 그 외의 실질적 대내 업무는 총리가 맡는 방식으로 권력을 분산시키시키는 '분권형제'가 개인적 소신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조재진 대변인도 17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헌법을 더욱 다듬고 가꾸어야 한다"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치권 내에서는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헌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여야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개헌 문제는 18대 국회 후반기 최대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친이 주류 측이 생각하는 개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내 친박계의 반발은 물론 민주당까지 친이 개헌논의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여론도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친이 ‘이원집정부제’= 한나라당 내 주류인 친이계의 개헌 방향은 '분권형 대통령제'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주류 측이 말하는 분권형 개헌은 ‘정부통령제’가 아니라 ‘이원집정부제’다.

실제 안상수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부터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없애려면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가장 이상적 형태"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

안 대표는 지난 1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다시 한번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날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때 친박으로 있다가 친이계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돼 사실상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김무성 원내대표도 지난 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국회내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하는 등 친이계의 개헌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제한적인 개헌론을 제기하고,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도 국회내 개헌특위 구성과 개헌론 착수 등을 제안하는 등 친익 측에 의한 개헌론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친박 ‘4년중임 대통령제’= 한나라당 내 비주류인 친박계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는 친이계의 분권형 대통령제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경계하는 눈치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미국과 같은 ' 4년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퍼시픽연구센터 초청강연에서 한 미국 정치학자가 4년 중임제 개헌, 대선 및 총선 동시실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전부터 두가지 모두 찬성해왔다"며 "말이 5년이지 처음과 레임덕 기간을 빼면 대통령이 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 한 바 있다.

또 친박계 서병수 신임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된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당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불쑥 개헌론을 꺼내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한 뒤 "자신들한테 유리한 것을 꺼내든다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상찬 의원도 “개헌이라는 것은 정국의 특정 정파나 정당 한쪽이 추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 ‘4년중임 대통령제’냐 ‘이원집정부제’냐 = 민주당 등 야권도 한나라당의 개헌논의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의 의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실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아직 당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여건이 조성된다면 9월 정기국회에서는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하면서도 “한나라당의 개헌논의가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다음 날 "한나라당 내부의 당론부터 명확히 한 뒤 논의하자"면서 "개헌은 한나라당에는 제2의 세종시"라면서 한나라당 내의 계파별 입장차이가 크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단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 당론은 4년 중임제”라고 못박은 바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분권형제’를 선호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강봉균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원내대표 경선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고 민주당 지지율을 30% 이상으로 높여서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원내대표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강 의원이 박지원 후보에게 패하기는 했으나 결선투표에 올라갈 만큼, 그의 분권형 공약은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따라서 민주당의 ‘4년 중임제’ 당론이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입장이 모호한 자유선진당= 일단 민노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권은 한나라당 친이계가 촉발시킨 개헌 논의에 대해 정략적 발상이라며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진보성향의 정당들은 이원집정부제를 영남호남 패권주의 발상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선진당의 입장은 모호하다.

일단 한나라당 주류측이 추진하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분권형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그다지 싫지 않은 내색이다.

일각에서는 ‘보수대연합’이라는 틀 속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매개로 통합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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