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소통의 리더십이 원정 16강 원동력"
"""히딩크는 존경하는 인물… 표현 서투른 데 대해서 반성하고 있다"""
차재호
| 2010-07-26 20:26:07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이뤄낸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쾌거 뒤엔 선수들간의 소통과 화합이 있었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2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소통과 화합'을 주제로 한 리더쉽 특강에서 16강 진출의 원동력으로 '소통의 힘'을 꼽았다.
허 전 감독은 "우리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간의 소통 부재와 큰 경기에서 쉽게 위축된다는 점이었다"며 "대표팀 감독 부임 후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팀 내부를 개혁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두 사람이 짝을 지어 두는 '편 바둑'에서는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서로 소통하지 않으면 잘 둘 수 없다"며 "이는 부처끼리 소통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행정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라고 강조했다.
허 전 감독은 이어 지난 축구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신화를 일궈낸 뒷얘기를 소개했다.
허 전 감독은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된데 대해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가슴에 쌓였던 한 때문에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고 털어놨다.
허 전 감독은 "시드니올림픽 조별 예선에서 2승을 거두고도 결승 토너먼트에 탈락했다"며 "그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지만 아쉽고 속상했던 기억 때문에 그 한이 오기로 작용해서 대표팀 감독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거치면서 심적 고통을 받은 가족들은 다시는 대표팀 감독을 맡지 말라고 나를 말렸다"며 "하지만 시드니의 한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했고 결국 2010년을 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은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며 그가 이룬 업적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며 "이번 월드컵 직전에도 독대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사이"라고 말했다.
허 전 감독은 "언론보도가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대표팀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감독과 국내 감독을 굳이 나누고 따지는 데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말 실수가 있었었던 것으로 나에게 잘못이 있고 표현이 서투른 데 대해서도 반성하고 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허 전 감독은 국내 감독보다 외국인 감독을 선호하는 한국 축구계의 풍토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외국인 감독이라고 다 좋은 지에 대해선 의문이며 무작정 외국인 감독을 선호하는 건 반대한다"라며 "대한민국 축구에 꼭 필요한 감독이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허 전 감독은 또 생활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 가출한 이야기와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오기와 근성으로 선수와 감독으로서 한국 축구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특강에는 200여명의 공무원이 자리해 강연을 경청했으며, 시종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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