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정부-與 대기업 압박에 철퇴
고하승
| 2010-08-12 14:31:57
[시민일보] 한나라당 경제통 이한구 의원은 최근 정부와 여당이 ‘기업간 상생을 위해 대기업이 조금 양보하고, 고용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대기업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12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이익단체다. 그래서 그들한테 이익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기업이란 제도를 만들어낸 취지에도 안 맞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다만 그는 “중소기업에 대해서 대기업이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남용해서 불공정거래하는 부분은 그냥 놔두면 안된다”며 “그건 시정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CEO 출신이고, 최근까지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유지해 오다가 근래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이 의원은 “저도 약간 이상하게 생각된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대기업이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잘된 것은 정부가 일부러 대기업을 봐줘서 된 것인냥, 봐줘서 빛을 봤으니까 이제 열매를 내 놓아라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자꾸 비추는 것은 정부한테도 굉장히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납품단가를 정할 때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맞서기 힘들어서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이 의원은 “현행법상으로는 중소기업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 담합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문제가 있다. 그래서 승인받지 않아도 중소기업이 판매할 때 공동으로 결정하면 그 결정이 합법적이 되도록 해서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LH공사 부채가 118조를 넘어서서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나 되기 때문에 택지개발 사업을 포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부채비율이 520%가 넘었다. 지속경영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해서 효율적 사업만 존속시키고 그동안 대충대충 약속한 사업은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야한다”며 “이 문제를 LH공사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공기업의 전반적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동안에 공기업 전체가 도덕적 해이가 확산이 되었으니, LH공사를 제대로 정리를 못하면 다른 공기업들 부실이 더 누적이 되고, 공기업 부채가 전반적으로 국가부채로 변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한 상황인 것과 관련해 “아직까지도 우리 주택 가격은 소득대비해서 높은 편이다. 그래서 값을 올리기 위해서 정부가 지원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거다. 그리고 계속 고령화되기 때문에 주택 수요는 구조적으로 줄게 되어있고 주택공급은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수도권 공급계획이 2018년까지 아파트만 100만채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20만채 공급하게 되어있다. 그러면 120만채가 2018년까지 공급되게 되는데, 현재 아파트 숫자가 수도권에 138만채이니까 현재보다 2배를 2018년까지 공급한다는 계획”이라며 “주택값이 구조적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인데, 그런 상황에서 지금 돈을 빌려줘서 주택 사게 해놓으면 그 서민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겠느냐, 빚더미에 앉아서 소득은 제대로 안되어서 빚 못갚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 그게 결국 금융산업 전반적인 부실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날 시장경제의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큰 기업과 소상공인 관계, 큰 기업과 납품업자와의 관계는 시장경제가 적용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68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서민금융 지원현황과 향후과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시장경제는 갑과 을, 공급자와 수요자가 균형된 힘을 갖고 있을 때 시장경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먼저 "정부가 너무 소상공인, 서민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시장경제에 다소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며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포퓰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가지 다 싫어한다. 포퓰리즘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잠시 좋을 수 있어도 결국 나라를 어렵게 한다. 시장경제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의 관계에서 이같은 시장경제가 적용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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