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교수 "비선 조직 드러난 것과 레임덕은 함수관계"

[시민일보]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일방통행식 정부"를 비난하고 나서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레임덕 징후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통일세’를 제안한 이명박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발언들도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이해봉 의원은 1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통일세 문제만 해도 여당도 전혀 몰랐던 국민적 과제가 갑자기 돌출돼 나왔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집권여당과 국회는 뭐하는 곳인가"라며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국회 경시' 및 '집권여당 무시' 행태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 수준으로 완전히 회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8·8개각을 언급하며 "이것은 국민과의 소통도 아니고, 여당과의 소통도 아닌, 친이계간의 소통에 불과하다"며 "전 언론과 야당,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왕(王)차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최근 일련의 일들을 보면 정부가 당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모든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사는 물론, 발표하는 정책 등 이렇게 가다보면 민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고 정권재창출은 영영 멀어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차제에 반드시 당정 관계를 바로잡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장관들에 대한 평가를 당에서 한 뒤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은 "집권 중반기에 터져 나오는 여러 비리와 의혹들을 힘이 있을 때 파헤치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파헤치고 뿌리 뽑을 힘을 갖고 덮었다가 임기말에 나오면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을 겨냥한 수위 높은 비판이 잇달아 터져 나왔지만, 이를 제지하는 발언은 없었다. 이 점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레임덕의 징후로 먼저 여권 내의 권력 투쟁으로 번지고 있는 민간인 사찰 문제와 비선 조직 문제를 들 수 있다. 역대 정권을 보면 비선 조직, 사조직 문제가 불거지는 것으로부터 레임덕이 시작됐다”며 “어쩌면 레임덕이 시작됐기 때문에 비선 조직 문제가 비로소 거론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비선 조직이 드러나는 것과 레임덕은 함수관계에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것.

한 정치 평론가는 “이 대통령이 이재오 특임장관을 내정하고 그에게 개헌 특임을 맡김으로써 레임덕을 방지하려고 하지만,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특히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한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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