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김태호, 결국 백기투항

"""의혹 억울한 면 있지만 부덕의 소치…MB에 누 안되게 사퇴"""

고하승

| 2010-08-29 14:37:23

[시민일보]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드러나 ‘양파총리’, ‘제 2의 정운찬’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갖게 됐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결국 무릎을 꿇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경희궁의 아침' 빌딩 1층 로비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너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29일)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의 부족함이 너무나 많음을 진심으로 깨우쳤다”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거짓말 총리’라는 별명이 붙은 것에 대해 “잘못된 기억으로, 정말 잘못된 기억으로 말실수가 되고 더 큰 오해를 가져오게 된 것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저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미덕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신뢰가 없으면 제가 총리직에 인준된다 해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국민들께서 든 채찍을 제 스스로 달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 돼야 한다는 확실한 신념으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무엇보다도 혹독하게 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아가겠다”며 “국민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차세대 주자’로 분류돼온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신임 총리 후보자에 발탁한 바 있다.

당시 각 언론은 여권 내부에서 비주류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설 만한 친이(친이명박)계 대항마가 부재한 상황에서 ‘김태호 카드’는 여권 내부 질서의 새판짜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었다.

심지어 친박계 내부에서도 김태호 후보자를 ‘박근혜 견제용’이라며 불만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김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제 2의 정운찬’이 되고 말았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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