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하반기 정국 강타하나

여권, 개헌논의 불붙이기 안간힘...친박-야권 반응은 ‘냉담’

고하승

| 2010-09-01 12:32:34

[시민일보] 개헌 문제가 하반기 정국을 뒤흔들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이 개헌론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내 친박계의 반발과 야권의 냉담한 반응으로 인해 개헌론에 탄력이 붙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1일 개헌 문제와 관련, "개헌을 하려고 하면 지금이 적기"라고 밝혔고, 한나라당은 앞서 지난 30일 천안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개헌 문제를 주요 강연 내용에 배치할 정도로 비중을 크게 뒀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개헌문제가 적극적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18대 국회 의원연구단체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도 같은 날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내년이 개헌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장 개헌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의 불붙이기=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날 취임인사 차 국회를 방문,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조승수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임기초에 (개헌을)잘못 했다가는 진짜 장기집권하려고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또 출마하는 것도 아니고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이니까 (대통령) 본인과는 관계가 없지 않느냐"며 “지금이 개헌논의의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정말로 한번 정치선진화를 이뤄 놓겠다는 생각으로 제안한 것이니 국회에서 어떻게 진행하는지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개헌과 선거구제, 정당제도 등을 다 묶어 일류국가, 선진국형 정치를 한번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 역시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개헌특위같은 논의의 장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고 전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 시작과 동시에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 개헌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회 미래한국 헌법연구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 에 출연, “10월 재보궐 선거도 별로 안할 전망이고 내년에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 개헌을 압축해서 신속하게 논의해야만 성사시킬 수 있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개헌을 그냥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시간이 없는 만큼 논의를 빨리 해야 한다"고 거들고 나섰다.

최근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도 개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친박계의 반발로 인해 개헌논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유기준 의원 “국민여론이 4년중임제가 다수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문제가 있다. 개헌 논의는 국민이 순수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찬물 끼얹기=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정략적 개헌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개헌문제의 논의가 필요하다면 하겠다”면서도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정략적으로 특정인을 막는 그런 개헌문제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이 언급한 ‘특정인’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나라당 친박계는 친이계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박 전 대표를 무력화 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당권도전에 나선 이른바 ‘빅3’ 주자인 정동영 손학규 정세균 등 모두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30일 부산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개헌은 차기 대권 주자가 입장을 밝히고 여론을 수렴한 뒤 차기 정부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18대 국회에서의 개헌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그는 지난 달 25일에도 광주 5.18묘지를 참배한 뒤에 "정권연장의 술책인 여권의 개헌 시도에 야권이 야합하는 행위가 있다면 민주세력의 적이 될 것"이라며 개헌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동영 의원도 “지금 개헌이 국민의 관심사냐”며 “지역구도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순위이지 개헌은 급한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정세균 전 대표가 최근 기자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개헌안을 갖고 오면 논의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 대표 시절에 “민주당 당론은 4년 중임제”라고 못박은 바 있다. 개헌논의에 응하되, 한나라당 친이계들이 생각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개헌에 동의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권의 개헌론 불붙이기에도 불구 개헌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타 정당들도 경계= 자유선진당은 최근 “집권초기부터 이 정권은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대표를 통해 개헌논의에 불을 지피고자 해왔다”며 “개헌논의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역시 최근 “오만과 독선의 일방독주 정권과 거대 여당 한나라당에 의해 주도되는 개헌은 고양이 앞에 생선을 던지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라며 “개헌의 주도권은 국민에게 주어져야 한다. 국민적 동의 없는 개헌은 어떤 경우에도 정권안위에 악용될 뿐”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보신당도 "사회경제적 권리에 대한 내용이 빠진 정치적 개헌 논의는 정략적 발상"이라며 개헌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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