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북간 화해 분위기 조성 나섰다
북 적십자, 이산가족상봉 제의...MB 대북정책 변화하나
고하승
| 2010-09-12 10:32:27
[시민일보] 북한이 대승호 선원들 송환 결정에 이어 우리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는 등 남북간 화해무드 조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보도에서 "조선적십자회 장재언 위원장이 10일 남조선 적십자사 총재 류종하에게 오는 추석에 즈음해 금강산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진행하기 위한 북남적십자관계자들의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하는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통지문은 이번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금강산 상봉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며 "이상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북남적십자관계자들의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측도 "북한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정부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는 북한의 대승호 선원들 송환 결정과 뒤이은 수해물자 지원 요청에 이어 제안된 것으로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한국 적십자사 총재 앞 통지문을 통해 "남측이 수해물자를 제공할 바에는 비상식량, 생활용품, 의약품 같은 것보다는 쌀과 수해 복구에 필요한 물자와 장비들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내왔으며, 2일 뒤인 지난 6일에는 북한의 배타적경제수역과 인접한 동해상에서 어로행위를 하다 약 한 달 전 나포된 대승호 선원들을 송환키로 결정한 바 있다.
안형환 대변인은 지난 11일 오전 논평을 통해 "이산가족들 대부분이 고령이므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최대한 많은 수의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정부는 그동안의 대북정책에 대한 원칙을 지키면서 동시에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인도주적 차원의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모처럼 만에 찾아온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다시 한번 환영하며, 이번 제의가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를 향한 일보 전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대북강경책을 고수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됐으나, 이번에 북한이 먼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 옴에 따라 정부의 대북강경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북문제 전문가 모씨는 12일 와의 통화에서 “이산가족상봉으로 분위기가 더욱 호전되면 정부 차원의 대규모 식량 및 비료지원 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결국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인도주의를 매개로 한 남북 간 소통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전폭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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